무궁화신탁 직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올해 초 차입형 토지신탁이 많은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검사를 벌여 대주주 및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 등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다른 부동산신탁사에서도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무궁화신탁 직원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근린생활시설 신축사업(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을 담당하면서 허위의 증빙서류를 작성해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8억9000만원의 PF대금을 편취했다.

금감원은 “무궁화신탁은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신탁 업무 자금 집행에 대한 검증 절차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 경영유의 제재를 결정했다.

또 무궁화신탁 내규인 ‘특별성과급 지급 지침’ 및 ‘평가 및 성과보상제도’에는 임원에 대한 특별성과급 산정방법을 ‘회사의업무성과 기여도에 따라 대표이사가 결정’한다고만 정하고 있어 ‘임원 특별성과급 산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무궁화신탁은 대표이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특별성과급이 산정되지 않도록 임원에 대한 구체적인 특별성과급 산정기준을 마련하라”고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또 다른 부동산신탁사인 교보자산신탁은 이달 초 부수업무 신고의무 위반 등으로 24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제재를 받았으며,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과 관련한 위험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교보자산신탁은 업계 후발주자로 책준형 사업장에 대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신용(시공사)집중 위험 및 유동성 위험에 노출됐음에도 이를 적극 관리하지 않은 결과, 뒤늦게 시공사별 수주한도를 도입했으나 이미 특정 부실시공사에 대한 쏠림현상이 발생했다”며 “향후 책준형과 관련해 시공사 수주한도 체계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및 자금조달 방안 마련 등 세부방안을 마련해 신용 집중위험 및 유동성 위험 등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 개선을 지도했다.

금감원은 올해 초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검사를 통해 대주주 등이 시행사에 토지매입자금 등의 명목으로 계속적·반복적으로 1900억원 상당을 대여하고 평균 18% 수준의 고금리 이자를 수취한 혐의를 포착했다.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5월 신탁 자금관리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기관주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한국자산신탁이 신탁 자금관리와 관련해 자금 집행 및 운용시 임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출금 또는 집행 일반에 대한 절차가 포함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부실 PF사업장 증가로 부동산신탁사의 부실자산 규모가 1년 사이에 2배 가량 증가하면서 금감원은 금융지주 계열의 대형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특히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의무를 대신하는 책준형 신탁을 늘린 곳이 대상이다.

하반기에 신한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우리자산신탁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했으며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책준형과 관련한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사익추구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