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이어 자영업자 대출 새 뇌관
취약차주 비중 12.7%, 연체율 상승
브릿지론 내년 15% 추가 부실 예상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브릿지론에서 15% 내외의 추가 부실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PF에 가려진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리스크가 지목됐다.
가계빚이 190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가계대출보다 건전성이 더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자영업자의 취약차주 비중은 가계의 2배 수준이며 연체율은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와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일 ‘한국 금융기관 및 비금융 기업 신용 전망’ 공동 미디어브리핑에서 부동산 PF 본 사업 이전 초기 단계에 실행하는 고금리 단기대출 ‘브릿지론’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15% 내외의 추가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총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져)217조원 중 약 10%인 21조원 가량이 ‘정리 대상’인 ‘유의·부실 우려’ 등급을 받았다. 건전성 분류 유의 이하 규모를 보면 상호금융 등이 9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저축은행 4조6000억원, 증권 3조3000억원, 여전사 2조4000억원 순이다.
그러나 전체 여신 중 유의 이하 부실 비중을 보면 저축은행이 27.7%로 가장 컸다. 상호금융 17.9%, 증권 12.5% 여전사 8.7% 등이 뒤를 이었다. 부실 우려 규모 및 비중을 살펴봐도 상호금융은 6조7000억원 12.3%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저축은행은 3조2000억원, 19.3% 비중이다.
그런데 브릿지론의 경우 기존 양호·보통 사업장의 20~30%, 잔액 기준으로 12~16% 내외의 추가 부실이 예상된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매 분기 평가대상 확대로 인해 1년 후 브릿지론에서 유의 이하 비율은 저축은행(42%→54%), 증권(32%→45%), 캐피탈(20%→36%) 등으로 확대된다”며 “현재 사업성 평가 대상이 아닌 양호·보통 등급의 사업장 중 20~30% 정도는 유의·부실우려 등급이 되고 내년 상반기까지 브릿지론에서 유의 이하 비율 등급은 대략 15%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실장은 또 “PF 구조조정 자체는 순항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한국의 연간 부실채권(NPL) 시장 규모는 4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 대출 리스크도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장기간의 고금리, 경기 부진, 모럴 해저드 등 개인파산·회생 신청 건수가 지속 증가 중인데, 추후 자영업대출 부실과 연계된 가계대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말(1895조8000억원)보다 18조원 많을 뿐 아니라,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금액은 1056조원이며, 이중 사업자대출 규모는 703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2022년 6월 말 이후 취약차주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 중이라는 점이다. 특히 자영업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2022년 4.0%에서 10.2%, 가계 대출 취약차주 연체율은 5.9%에서 10.0%로 상승한 것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 취약차주 수 비중은 6.4%인데 반해 자영업자 취약차주 수 비중은 전체 12.7%에 달한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연체율이 일정 부분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화한 고금리와 금리상승 폭이 컸던 점 등을 감안하면 연체율 개선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캐피탈과 저축은행 업종의 조달 비용 감소로 이어져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도 채권 평가 이익 증가, 발행어음 등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 등으로 인해 수익 증가에 도움이 된다. 반면 부동산신탁업은 금리 하락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조달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신탁 계정대여금 증가로 인해서 이자 비용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