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봉인해제’ 놓고 미러 충돌
러, 핵무기 사용요건 낮춰
미 “호전적 수사 중단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허용하고, 실제로 러시아 본토를 향한 첫 발사까지 이뤄지면서 전쟁이 전혀 다른 국면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군이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해 러시아 방공시스템이 6발 중 5발을 격추했고 나머지 1발도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공격의 성패와 무관하게 이번 공격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여서 후폭풍을 동반할 전망이다.
이날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를 발표했다. 핵심은 핵보유국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으로 미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을 중대한 위협으로 평가한다면 핵 대응에 나설 수도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업데이트한 독트린을 서방이 주의 깊게 읽어보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일각에서는 “3차 대전”까지 거론하며 격앙했다.
미국도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무책임하고 호전적 수사는 러시아의 안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자체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고 맞받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