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GDP보다 두배 빠른 가계빚 증가 속도

2024-11-20 13:00:29 게재

최근 10년간 명목GDP 53% 늘때

가계신용 88%…주담대 117% ↑

3분기 가계신용 첫 1900조원 돌파

생산과 소득에 비해 가계빚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속도는 소득에 비해 두배 이상 빨라 금융안정을 해치고, 거시경제 순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은 1913조8000억원으로 2분기(1895조8000억원)에 비해 1.0%(18조원) 증가했고, 지난해 3분기(1878조4000억원) 대비 1.9%(35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 잔액이 19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권의 가계대출(1795조8000억원)과 카드 결제 등 판매신용(118조원)을 합친 금액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최근 10년간 빠르게 늘었다. 2013년 1019조원에서 올해 3분기(1913조8000억원)까지 10년 동안 87.8% 증가했다. 이에 비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13년 1570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401조2000억원으로 5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인당 국민소득도 같은 기간 3134만1000원에서 4724만8000원으로 50.8%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가계빚이 빠르게 늘어난 데는 주담대가 급증해서다. 주담대 잔액은 2013년 말 기준 513조6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1112조1000억원으로 116.5% 급증했다.

특히 2022년(1013조4000억원)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최근 2년새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51조원)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47조8000억원)도 작년 연간 증가액에 버금간다.

주담대가 이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데는 부동산시장 영향이 크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5만3000호에서 올해 1분기(5만9000호)와 2분기(8만3000호), 3분기(9만6000호)까지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소득보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개별 가계가 가지는 원리금 상환 부담과 이에 따른 소비여력 저하도 문제지만, 경기를 부양할 정책수단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부채 급증을 방어한다는 이유로 긴축적 재정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금융불안정이 커져 적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7월(금통위)부터 금리 인하를 고민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기 위해 쉬었다가 (10월에)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향후 주담대 증가세가 꺾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DSR 등 거시건전성 정책 및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9월 들어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수도권 주택거래 증가 속도도 더뎌지고, 주택거래에 1~3개월 후행하는 주담대 특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대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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