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예산안 쟁점 분석 ⑨ 갈등 속 AI교과서·유보통합
정부·교육청 재원부담 논란 예고…"검증·조율 없이 내년 첫발"
서책형의 최대 12배인 디지털교과서 구독료, 교육청 부담으로
5세 무상보육 등 유보통합 예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
정부, AI교과서 검증 이달말 … 유보통합 세부 예산규모 미정
예결위 “유보통합 재정부담 논란, 2013년 누리과정 갈등 반복”
정부의 AI디지털교과서 도입과 유보통합 정책이 정책효과, 예산 등을 놓고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채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갈등 요인을 미리 해소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2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높은 정책적 변화”라며 “AI교과서 도입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적지 않으므로 다양한 의견들의 수렴과 부작용 우려에 대한 대책 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I디지털 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자료와 학습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교과서를 의미한다. AI디지털교과서 관련 예산은 올해 5333억원에서 내년엔 5608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AI디지털교과서 구독료(18억원), 교과서 지도서 구입 지원(39억원) 예산이 새롭게 들어갔고 AI디지털교과서 검정심사 운영 지원 예산(26억원) 등 기존에 편성됐던 예산은 증액됐다. 이달 29일 검정심사를 통과한 정식AI디지털교과서가 출시되고 3개월간 현장적합성 검토를 거쳐 내년 3월 초중고 일부 학년, 일부 과목부터 전격 도입된다.
◆학생들의 학습데이터 정보가 민간 개발 기업에? = 국회예산결산특위는 “AI디지털교과서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고 개인화된 교육이 가능해질 수 있으며 이러한 맞춤형 교육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교육격차와 인구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충분한 효과성 검증이나 부작용을 우려했다. 애초 현장적합성 검토기간이 개발지연으로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된 점도 지적됐다.
구체적으로 “AI 튜터를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검증됐는지, AI튜터가 제공하는 솔루션의 정확성이나 효과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가 문제로 남아있다”며 “AI라는 기술적 도구만 적용했을 뿐 지식의 주입, 설명, 문제풀이 내지 학습보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스마트 기기 사용에 따른 학생들의 주의력 저하, 두통과 수면장애, 문해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학생들의 학습시간, 문항답변, 학생진도와 같은 학습데이터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데이터처리 주체가 학교와 교사가 아닌 AI디지털교과서 개발사가 되면서 이 데이터가 사교육 시장 또는 에듀테크 기업들의 정보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디지털교과서 구독 가격이 7000원인 서책형보다 학생 1인당 최대 12배(연 5~9만원)가 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보통교부금에서 구독료로 지출할 각 시도교육청의 비용부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5세 무상교육 예산 미편성 =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유보통합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결위는 “교육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영유아보육 예산을 시도교육청에서 이관해 지속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지원하던 예산을 그대로 시도교육청으로 원활히 이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2013년 누리과정 재정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첨예했던 갈등 사례를 제시했다. 당시 누리과정 재원부담을 놓고 시도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반면 정부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2017년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 설치로 봉합됐다.
또 국회 예결위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을 토대로 “충분한 이용시간과 일수 보장,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단계적 무상교육과 보육 실현 등 5대 상향평준화 과제에는 상당재원이 소요되는데도 유보통합 실행계획에는 ‘(가칭) 교육-돌봄 책임 특별회계(영유아 특별회계)’를 신설한다는 내용 외에 추정 예산이나 구체적인 재원마련 확보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내년 예산안도 보육교직원 인건비 및 운영지원 사업의 국고보조율 인상과 인건비 단가 3% 인상 외에는 특별히 유보통합으로 인한 추가적인 예산 확보는 미미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재원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 “올해 말 추가예산소요 확정” = 현재 유보통합 실행계획과 관련한 예산은 내년 예산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5세 무상교육 예산을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8162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2681억원으로 추정하면서도 예산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을 위해서도 약 5만8000명의 교원이 추가로 필요해 연 최소 1조5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정부는 “유보 통합에 소요되는 예산은 시도교육청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국회 예결위는 “세부 과제별로 소요예산을 추계하고 실현 가능한 재원마련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교육청 등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말 추가소요 예산규모를 확정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