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사모펀드 적대적 M&A 시도에 재계 불안감 확산

2024-11-20 16:22:29 게재

한국앤컴퍼니에 이어 고려아연까지

3~4세로 이어지면서 지배력 축소 계기

재계가 최근 국내에서 부는 사모펀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은 최근 홍콩 투자은행(IB) 전문 매체인 아시아벤처캐피털저널(AVCJ) 인터뷰에서 “역동성을 추구하는 한국 시장은 (기업 지배구조) 변화가 조금 더 빠를 것 같다”며 “우리는 그 변화의 주체 중 하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국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유 기반이 취약한 대기업 집단은 또 다른 공격 대상이 될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에 이어 올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 재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3~4세 오너 경영인으로 승계 과정에서 선대에 비해 소유 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사실상 한국 내에서 50%가 넘는 상속세를 감안할 때 이들이 선대 경영인과 대등한 수준의 소유기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3~4세 오너 경영인 지배력 확대 발판이 될 주요 지주사 지분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친다.

이 기업들은 소유 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은 취약하지만, 의사 결정 정점에서 포괄적 권한을 행사한다. 승계 절차 마무리 전까진 상속세 등 이슈로 기업가치 제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주 간 이해관계 불일치에 따른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결국 창업자 가문이라는 상징성을 등에 업었더라도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지면 언제든 승계 정당성을 집중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만큼 사모펀드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MBK가 M&A를 시도한 대기업 집단 역시 불완전한 지배구조와 주요 주주·창업자 가문 간 갈등 등이 공통점으로 지목된다.

앞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조현식 전 고문과 조현범 회장 간 갈등이 MBK 개입 계기가 됐다. 고려아연도 승계 과정에서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불협화음이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이 됐다. 이러한 재계의 승계과정이 상속 등으로 어려운 반면 사모펀드에 대한 제약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18일 일본 도쿄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연차 총회를 열고 6호 바이아웃펀드 2차 클로징까지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6호 바이아웃펀드 목표액의 약 70% 이상으로 중동 등 해외 큰손들이 출자자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 국적 김병주 MBK 회장과 중동 중국 등 자금이 MBK파트너스 주주로 참여한 부분 또한 외국자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과거 국내 대기업들을 공격했던 소버린과 론스타, 칼라힐 등 외국자본과 다를 바가 없는 MBK 자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외국계 자본에 대항하고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징벌적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정석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