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과 종전 기로에 선 우크라전쟁
바이든 잇단 봉인해제로 전쟁 부추겨 … 불쾌한 트럼프, 푸틴과 담판 지을지 관심
앞서 에이태큼스 허용 보도가 나온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는 19일(현지시간) 실제로 6발을 러시아 본토를 향해 발사했다. 또 20일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개발한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 공대지 미사일도 러시아 본토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정책변화에 유럽 국가들도 요동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흐름이 취임을 두달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대선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종식을 공언했던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전임자의 방해 공작으로 원치 않는 확전 상황에 끌려가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1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미사일을 활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바이든 행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왈츠 지명자는 “이 같은 결정을 사전에 브리핑받지 못했다”면서 “상황 악화로 가는 사다리를 또 한 계단 더 올라간 것이며, 일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엑스(X·옛 트위터)에 “군산복합체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며 “수조 달러의 돈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러시아도 격앙된 분위기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3차 대전”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올 뿐 아니라 19일에는 핵교리를 개정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까지 러시아 본토를 때리면서 20일에는 러시아의 ‘키이우 대공습설’이 빠르게 확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각국 대사관들은 이같은 소식에 긴장하면서 대사관 폐쇄조치와 자국민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임기말 바이든 행정부의 분탕질이 불러온 적색경보인 셈이다.
이런 기류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 모종의 협의나 담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는 이미 대선 당시 휴전협상을 통해 전쟁의 조기종식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휴전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왔다.
20일 로이터 통신이 크렘린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현직 관리 5명을 인용보도한 바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와 휴전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으며, 최전선을 따라 분쟁동결에 폭넓게 동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하며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대거 양보하는 것은 배제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