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과 종전 기로에 선 우크라전쟁

2024-11-21 13:00:02 게재

바이든 잇단 봉인해제로 전쟁 부추겨 … 불쾌한 트럼프, 푸틴과 담판 지을지 관심

지난 7월 22일 영국 런던 남서쪽 판버러 국제 에어쇼 개막일,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 MBDA의 전시 부스에 스톰 섀도우 장거리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 우크라이나가 영국에서 공급한 스톰 섀도우 미사일을 러시아에 처음으로 발사했다고 영국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전쟁 발발 10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퇴임을 두 달여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잇단 정책변화로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전격 허용한 바이든은 한반도 외 지역에서는 원천적으로 금지시켰던 대인지뢰까지 지원키로 했다. 또 트럼프 취임 전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 최소 2억7500만달러(한화 약 3828억원) 규모의 신규 무기지원까지 할 방침인 것으로 외신들이 전했다. 미사일과 지뢰 등의 보도가 나올 때 바이든 행정부는 하루 이틀이 지난 뒤 사실임을 확인해줬다. 대인지뢰 지원 역시 보도가 나온 다음날 사실임을 확인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비지속성 대인지뢰를 공급한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면서 “우리는 항상 현 상황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고 적용한다. 우리가 본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향한 러시아의 보병 진격이며, 이러한 대인지뢰(지원)는 이러한 진격을 무력화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밀러 대변인은 국내외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배터리로 작동하는 이 지뢰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배터리는 지뢰 매설 최소 4시간에서 최장 2주면 방전된다”면서 “따라서 설치 후 2주 이내에 폭발하지 않으면 비활성화돼 전쟁 후 민간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오스를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역시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진격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을 필요로 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어떻게 지뢰를 사용할지를 이야기 해왔고, 지뢰를 어디에 설치하는지 책임 있게 기록하고, 자폭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에이태큼스 허용 보도가 나온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는 19일(현지시간) 실제로 6발을 러시아 본토를 향해 발사했다. 또 20일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개발한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 공대지 미사일도 러시아 본토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정책변화에 유럽 국가들도 요동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흐름이 취임을 두달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대선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종식을 공언했던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전임자의 방해 공작으로 원치 않는 확전 상황에 끌려가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1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미사일을 활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바이든 행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왈츠 지명자는 “이 같은 결정을 사전에 브리핑받지 못했다”면서 “상황 악화로 가는 사다리를 또 한 계단 더 올라간 것이며, 일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엑스(X·옛 트위터)에 “군산복합체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며 “수조 달러의 돈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러시아도 격앙된 분위기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3차 대전”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올 뿐 아니라 19일에는 핵교리를 개정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까지 러시아 본토를 때리면서 20일에는 러시아의 ‘키이우 대공습설’이 빠르게 확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각국 대사관들은 이같은 소식에 긴장하면서 대사관 폐쇄조치와 자국민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임기말 바이든 행정부의 분탕질이 불러온 적색경보인 셈이다.

이런 기류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 모종의 협의나 담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는 이미 대선 당시 휴전협상을 통해 전쟁의 조기종식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휴전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왔다.

20일 로이터 통신이 크렘린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현직 관리 5명을 인용보도한 바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와 휴전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으며, 최전선을 따라 분쟁동결에 폭넓게 동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하며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대거 양보하는 것은 배제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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