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엔안보리 가자 휴전결의안 또 거부
찬성 14-반대 1로 부결
미 거부권행사 네번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10개 선출직 이사국(E10)이 제안한 가자 전쟁 휴전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의안은 모든 당사자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영구적인 휴전”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며, 나아가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 요구를 재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한국 등 14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은 부결됐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유엔 안보리가 추진한 휴전 촉구 결의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거부권 행사 후 휴전 요구안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과 결부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속될 수 있는 전쟁 종식은 인질 석방과 함께 이뤄져야 하고, 두 목표는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며 “미국은 이번 결의안이 이 같은 필요를 무시했기 때문에 지지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번 결의안이 “평화의 길이 아닌 더 많은 테러와 고통, 유혈 사태로 가는 로드맵”이라면서 “많은 이들이 이 불의를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해 준 미국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4만명을 넘어서고 인도주의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이스라엘 입장을 들어 휴전 결의안을 거부하자 서방을 포함한 나머지 이사국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사국 중 유일한 중동 국가인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대사는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양보가 있었는데도, 한 회원국이 안보리의 어떤 행동과 조치도 막기로 했다”고 비판했다.
바네사 프레이저 주유엔 몰타 대사는 이번 결의안을 두고 “절박한 현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 담은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가 다시 한번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는 미국 측 주장과 달리 이번 결의안이 인질 석방을 매우 단호하게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가자지구에 여전히 프랑스인 인질 2명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안보리가 인질 석방 요구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도 “즉각적인 휴전은 선택이 아니라 가자지구 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