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그래도 신년사에는 희망을 쓰자
한해가 지나간다. 기업들은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때다. 기업의 수장은 새해에 대한 구상을 한다. 그리고 그 구상을 가지고 신년사를 작성한다. 큰 기업에서는 회장님의 신년사를 작성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기도 한다. 신년사는 연례적인 인사를 넘는 그 무엇이 있다. 조직이 일구어온 비전과 가치를 재확인하고 공감을 일으키는 새해 목표를 제시한다. 새해 경제전망이 좋고 기업의 자금도 넉넉하면 새 프로젝트 또는 매출상향이 목표로 제시 되겠지만 2025년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출구 보이지 않는 한국경제 2025년 전망은 암울
주식시장은 싼타랠리는 고사하고 연중 최저 수준을 헤매고 한국 최고의 기업은 그 주가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흘러내리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도 닫히고 있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 반도체 수출시장은 급격히 작아지고 있다. 우리 화장품을 싹쓸이 하던 중국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한국 화장품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반도체도 이차전지도 힘을 못 쓴다. 기댈 데가 없다. 환율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때처럼 1400원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마저 더해져 대기업들조차 새해에 펼쳐질 불확실성에 당혹해 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대한민국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새해 트렌드를 미리 연구해 발표하는 어느 기관은 2025년 키워드로 ‘아보하’를 제시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머리글자를 딴 두문자어(頭文字語)다. 이 키워드의 배경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겪는 좌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무사하게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가 일상의 목표가 된다. 말 그대로 보면 그럴 듯하고 나쁠 것이 없지만 성장에 익숙한 우리 사회가 이제는 축소지향적으로 움츠러들고 있음이 이 키워드에 내포되어 있다. 내세우는 목표 없이 일상의 소소한 만족과 행복을 찾는 삶이 우리 사회의 대표 키워드라니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경제가 안 좋아도 정치가 난장판이라도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주가가 추락해도 우리는 무너지면 안된다. 우리에게 원래부터 삼성전자가 현대차가 포항제철이 있었던 게 아니다. 없던 것들을 우리가 힘써서 만들었다. 어려울수록 기세가 좋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동력은 결국 기업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불경기요,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이라도 결국은 사람이 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회사의 수장들은 규모 여부를 떠나서 구성원들의 기세를 북돋아야 한다. 새해 첫날 발표하는 신년사부터 기세 돋우기를 시작해보자. 기세를 북돋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희망을 말해야 한다. 희망은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게 하는 정신적 에너지다. “지금의 상황은 어둡지만 이것을 견뎌내면 우리의 미래는 밝습니다” 식으로 말이다. 둘째는 조직과 구성원의 회복력(resilience)을 말하자. “우리는 과거에도 이런 역경을 겪었으며 이번에도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라고 자신감을 북돋자. 셋째로 구성원의 단결이다. “우리가 서로 믿고 의지하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자. 희망은 미래를 바라보게 하고 회복력은 역경 속에서도 행동하게 하며 단결은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한국을 움직이는 동력은 기업, 어려울수록 희망을 신뢰하자
이 세가지 요소가 구성원에게 감정적인 안정과 동기부여를 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호 전체에도 적용된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Ralph W. Emerson)은 말했다. “희망은 불가측(不可測)의 상황이 아니면 결코 그 아름다운 날개를 펴지 않는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희망은 드디어 빛을 발한다.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때 더욱 더 희망을 신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