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20년, 새로운 도전과 희망 2

수입산에 생산기반 위기…첨단농업기술로 맞대응

2024-11-21 13:00:08 게재

김수현 썸웨어그린팜 대표 “첨단농업이 미래, 정부지원 필요”

ICT하우스 설비 지원받아 당조고추 생산성 101% 향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업도 무한 경쟁시대에 들어갔다.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이 점차 심해지는 가운데 청년농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첨단농업을 도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수현(29) 썸웨어그린팜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하우스 운영에 승부를 걸었다. 기존 일반하우스에서 재배하던 당조고추보다 101% 이상 생산성이 높은 ICT 접목 유리온실이다.

전북 정읍시 태안면에 있는 썸웨어그린팜의 ICT하우스 내부. 사진 썸웨어그린팜 제공

김 대표는 부친이 운영하는 하우스를 물려받아 2020년부터 농사를 시작했다. 부친이 15년간 운영했던 당조고추 일반하우스의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연구하다 정부 지원으로 첨단농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썸웨어그린팜은 ICT 하우스를 2022년 7월 신축했다. 고추 개방 압력에 국내 생산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첨단농법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남편과 함께 이곳에서 당조고추를 생산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은 첨단 설비에 투자했다. 2022년 7월 국고와 지방비 보조금 4080만원을 받아 6800만원을 들여 ICT하우스 내 관수장비시설과 환경관리시설을 설치했다. ICT하우스 전체 면적은 5280㎡로 일반 하우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단위면적 당 생산량은 101%를 웃돌았다.

김수현 썸웨어그린팜 대표.

김 대표는 “정부 지원으로 설치한 설비는 자가노동비 등의 경영비 절감에 크게 효과가 있었다”며 “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평균 노동시간도 절감됐다”고 전했다.

ICT하우스의 원격 환경제어시스템은 시공간적 효율성을 높이고 실제 현장 노동시간이 하루당 2시간(0.5ha 기준) 정도 감소했다. 특히 전국 시설고추 농가의 평균 노동시간과 자가노동비 대비 31.4%를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특히 자동개폐기를 이용한 광량 조절과 양액재배시설을 이용한 양분 공급으로 ICT적용 하우스의 ha당 생산량은 167.8톤으로 자체 보유한 일반 하우스 대비 101.5% 증가했다.

김 대표는 “정부 지원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설비를 설치하게 됐다”며 “앞으로 수입 고추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첨단 하우스 농법을 통해 당조고추의 국내 생산기반을 더 탄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썸웨어그린팜에서 일반하우스와 ICT하우스의 경영비를 직접 비교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일반하우스의 자가노동시간은 ha당 전국평균 1399시간(연간)이고, ICT하우스의 노동시간은 960시간으로 31.4%의 노동시간 절감을 가져왔다. 이를 노동비용으로 환산하면 전국평균은 ha당 3023만1000원인데 비해 ICT하우스는 2074만5000원에 불과했다.

CT하우스에서 생산된 당조고추. 사진 썸웨어그린팜 제공

김 대표는 이곳에서 당조고추만 생산한다. 당조고추는 3년간 연구 끝에 2008년에 개발한 품종으로 식후 혈당을 조절하는 성분인 알파글루코시데이스 억제제(AGI)를 함유하고 있다. 당을 조절한다는 뜻으로 당조고추라 불린다. 크기는 크고 맛은 맵지 않고 약간 쓴 맛이 난다.

김 대표는 ICT하우스를 만들고부터 당조고추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특히 양액재배시설과 자동개폐기 이용으로 곡과(열매가 구부러지는 현상) 발생률이 감소했다고 한다. 품질 향상과 단위면적 당 매출액이 일반하우스 대비 101%까지 늘었다. 김 대표는 “고추는 세계적으로 품종이 다양하지만 당조고추를 상품화하고 가공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며 “일반하우스에서는 6개월정도 수확할 수 있는데 ICT하우스에서는 8개월 이상 수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ICT하우스에서 생산한 당조고추는 ㎏당 평균 2만원에 판매된다. 일반 오이맛고추 소매가가 ㎏당 1만906원(2023년기준)으로 이보다 83%정도 높은 가격이다.

김 대표는 ICT하우스에서 10a당 매출 8392만원을 올리고 있다. 이중 국내 판매액이 91.7%이고 나머지는 해외로 수출한다.

김 대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선으로 해외바이어를 발굴해 일본 내 거래처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당조고추 단위면적(a)당 판매액은 일반하우스 4167만원(수출 379만원 포함), ICT하우스 8392만원(수출 699만원)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FTA체결국가가 더 늘어나고 각국이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한 농업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ICT를 활용한 농업기반을 늘려 국내생산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정부가 우리 농업이 완전한 경쟁력을 갖출때까지 다양한 기술과 예산을 지원하면 농업이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ICT하우스 설비 비용으로 지원받은 예산은 정부가 FTA체결에 따른 농업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이행지원사업이다. 정부는 한·미국, 한·EU, 한·영연방(호주, 캐나다), 한·중국, 한·베트남, 한·뉴질랜드와 RCEP 등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농업인의 피해보전과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38조4021억원 규모의 FTA 국내보완대책을 수립했다. 김 대표는 이 대책에 따라 지원을 받았고, 올해 이행지원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제작지원 2024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

김성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