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이차전지 생태계 구축 ‘안간힘’
원료 소재 분야 집중 육성
수요 정체·원료 수입 난제
전남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인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구축에 전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수요 일시적 정체(캐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검토 등이 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이차전지는 충전해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다.
21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전남도는 20일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통해 원료소재 생산기술 고도화 등 30개 이행과제를 만들고 있다.
전남 광양에 조성될 특화단지는 내년에 정부의 지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정이 이뤄지면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설비투자와 연구시설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전남도는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서 원료소재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광양에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 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 리튬솔루션과 포스코 필바라리튬 솔루션 등이 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의 이온은 충전될 때 음극으로 이동하고, 방전할 때 양극으로 되돌아오면서 충·방전이 이뤄진다. 이때 필요한 게 이차전지 구성 요소인 양극재인데 광양에 있는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해 이차전지 생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에 납품한다.
또 광양에는 폐배터리에서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과 CIS케미칼 등이 있다. 폐배터리에서 이들 광물을 추출하기 위해선 잘게 부숴 분말(블랙 파우더)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은 광양이엔스가 맡는다. 광양이엔스는 광주·전남에 있는 유일한 전처리업체다.
이 밖에도 전남 나주와 광양에 친환경 리튬이차전지 재사용 및 재활용 등을 실험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기관이 들어섰다. 이 같은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원료 수급이 원활해야 한다. 원료 수급은 광물을 직접 수입하거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문제는 미·중 갈등으로 리튬 등 국가전략 자산에 대한 수출 통제가 이뤄지면서 원료 수급이 어려워졌다. 또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폐배터리 수급도 여의치 않다. 여기에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광양에 있는 업체 관계자는 “원료소재 산업 생태계 안착을 위해선 원료 확보가 시급한데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원료소재 생산기술 고도화와 기업 지원 체계 구축 등 30개 과제를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환경부와 함께 폐배터리 수급을 원활하게 만드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소영호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이차전지 원료소재 및 중간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훨씬 중요해졌다”면서 “원활한 원료 수급을 위해 업체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