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인적쇄신 ‘진정성’ 가늠할 잣대는

2024-11-21 13:00:31 게재

김 여사 라인·이상민·총리 등 장수참모 ‘교체’

국정위기 책임 물을 필요 … 친한 “김 여사 라인 정리 우선”

“이상민 영전? 역풍 커” … “총리 교체 어렵다? 포기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한 인적쇄신을 약속한 가운데 인적쇄신의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로 △김건희 여사 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한덕수 총리 등 장수참모들의 교체 여부가 떠오른다.

윤 대통령이 국정 위기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교체하는 게 국민이 원하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려 마중 나온 정진석 비서실장과 인사하며 시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내각과 대통령실 전반에 대한 인적쇄신을 검토 중이다. 여론은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추락하는 위기를 초래한 참모들에 대한 문책 여부에 주목한다.

우선 김 여사 라인이 꼽힌다. ‘한남동 8인회’로 불리는 이들은 대통령실 소속이지만 윤 대통령보다 ‘김 여사 참모’로 활동하면서 국정 개입을 일삼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친한(한동훈)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그런 분들(김 여사 라인)이 어떻게 국정을 좌지우지했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런 분들에 대한 정리가 제일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초부터 함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교체 여부도 주요 잣대로 꼽힌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장관은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야당의 파면 요구에 직면했지만, 윤 대통령이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건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감싸면서 지금껏 버텨왔다. 여권에서도 이 장관 교체 필요성을 거론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영전 가능성이 점쳐져 더 큰 논란이 우려된다. 이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장 또는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 장관을) 영전시키면 여론이 그걸 쇄신인사라고 보겠냐. 역풍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를 비롯해 내각과 대통령실의 ‘장수참모’도 교체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총리와 이주호 교육부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대표적 ‘장수참모’로 꼽힌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오래 보좌하면서 국정 실패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총리 후임으로는 벌써부터 주호영·권영세·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거론되지만,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총리 교체를 단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총리는 국회 인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거대 야당’이 반대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20일 “야당에 (총리) 추천권을 주지 않는 한 인준해주겠냐”고 말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도 “민주당은 누굴 내세워도 동의해주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총리 교체는 시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어떻게든 야당이 거부할 수 없는 ‘총리 카드’를 찾아내 인적쇄신의 진정성을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12일 시사저널TV에서 “지금 외교가 큰일 났다. 외교 노선 다 바꿔야 한다. 그 책임 1순위는 김태효다.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수참모’는 아니지만 대통령실 일부 수석급 이상의 교체 필요성도 거론된다. 국정 위기가 닥쳐오는데 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않고, 자리보전에만 급급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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