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내부통제를 살리는 조직풍토
우리나라 금융기관 등에서 종업원이 거액의 공금을 횡령하는 불상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도 2024년 거대 자동차회사들의 품질 인증검사 부정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불상사를 억제하기 위해 각종 시책이나 교육을 하고 있으나 많은 종업원을 가진 조직에서 불상사를 근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체의 불상사는 제품의 하자를 숨기거나 하자를 모르는 채 판매하는 행위, 고객 자금 및 공금 횡령, 뇌물, 내부거래, 담합, 회계부정, 주가조작, 각종 괴롭힘과 인권침해, 대형사고, 환경오염, 중소기업 납품 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갈취, 허위광고 등 다양하다.
금융기관의 거액 공금횡령 등 다양하고 끊이지 않는 기업 불상사 발생
최근 디지털 경제의 진전과 함께 개인정보보호 관리상의 과실 및 비리, 소셜 미디어 대응 미숙, 인공지능(AI) 활용 실수 등 새로운 위험에도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예를 들면 AI를 활용한 인사평가나 채용 등이 기업의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AI가 가질 수 있는 편견 등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종업원이나 노조로부터 차별대우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딥페이크 등에 대한 대응을 플랫폼기업이나 통신사 등에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일본기업도 그동안 불상사를 억제하기 위해 사내규정, 내부감사, 회계보고, 경영계획, 이사회 및 사외이사 역할 등을 통해 내부통제 제도의 정비에 주력해왔다. 일본 회사법에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고 운영해야 할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또 경영자가 내부통제의 정비 상황, 유효성을 평가한 내부통제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인회계사가 이를 감사하는 2중의 책임 원칙이 정비되어 있다. 일본기업은 이러한 통제환경과 함께 각종 리스크의 평가와 대응, 구체적인 통제 활동이나 모니터링, 이러한 활동의 IT 대응 등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일본의 내부통제 제도의 정비는 기업지배구조의 개혁과 함께 추진되어 왔다. 이사회에 보고되는 내부통제 보고서를 독립적인 사외이사나 감사가 심도있게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효과 등으로 일본 금융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최근 대규모 횡령사건 등은 없었지만 각종 품질사고나 고객정보 유출 등의 불상사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이나 조직풍토를 포함한 법령 중시, 윤리경영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일본기업 중에서는 최고경영자에 대해 독립적인 이사회 및 감사가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감시하는 기업도 있으나 이사회나 감사의 독립성이 약한 기업의 경우 선배 임원이나 최고경영자를 엄격하게 감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대표이사의 높은 도덕성을 기초로 윤리경영이 관철되고 조직구성원들의 의식이 시대의 변화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량기업일수록 단결심 애사심 충성심이 강하고 자사의 목적이나 행동을 합리화할 위험이 생긴다. 이러한 조직내부의 오만이 조직적 부패로 빠질 수 있다. 그런만큼 조직문화 심리상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감사인력의 전문성 강화도 중요하다. 일본 금융기관 등에서는 사이버 공격, 자금세탁, AI, ESG 경영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감사 업무와 연계할 수 있는 인재의 발탁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 불상사 가능성에 선행적으로 대응하는 조직풍토 중요
품질경영 측면에서도 일본기업은 전체 공급망에서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해 개선하는 체제와 함께 고객의 문제제기 등 품질사고 초기단계에서 이사회나 사외이사에게 제대로 보고가 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경우도 내부통제 시스템의 다양한 강화책과 함께 모든 종업원이 외부의 상식 변화, 새로운 리스크 요인도 고려해 기업 불상사의 가능성에 대해 선행적으로 진지하게 대응하는 조직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