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일론 머스크는 왜 미국 연준 폐지를 이야기하는가
트럼프 2.0 시대가 곧 시작되는 이 시점에 연방준비제도 폐지(End the Fed)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에게 연방정부 개혁이라는 책무를 맡기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는 X(구 트위터)에 연준 폐지법안을 제안했고, 마이크 리 하원의원의 연준폐지 게시물에 대해 명확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리 하원의원은 행정부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설계논리인데, 연준의 권한은 헌법에서 벗어난 사례라고 지적하며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머스크의 연준을 포함한 연방정부 개혁권한이 얼마나 될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연준 폐지설이 제기된 배경에는 나름의 시대적 요구가 있다.
연준은 누구 이익을 대표하는가
연준은 1913년 연방의회가 연방준비제도의사회법(Federal Reserve ACT)을 통과시키면서 탄생했다. 연준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달리 회사감사기관(GAO)을 통해 연방의회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이는 연준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이다.
연준도 겉보기에는 공공기관처럼 보인다. 그것은 연준의 기능이 미국의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시중은행의 감독과 규제를 수행할 뿐 아니라 미국정부와 금융기관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금융감독 기능은 정부 산하 기관인 증권감독위원회(SEF)와 함께 수행하지만. 그리고 달러 발행도 미국 국채라는 담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중앙정부의 권한이 매우 약했다. 미국의 건국자들은 금융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꺼려하면서 중앙은행의 설립은 오랫동안 지연되었다. 정부가 어느 정도 힘을 가졌을 때쯤 시중은행들의 권한도 막강해졌다. 시중은행들은 자신들을 통제하면서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중앙은행 설립을 반대했다. 시중은행들 중 JP모건이 특히 막강했다. JP모건 배경에는 유대인 자본이 있었다.
중앙은행 설립을 둘러싼 정부와 시중은행의 실랑이는 오랫동안 이어졌고 결국 미국정부는 연준 설립 대가로 시중은행들의 수익성 보장을 약속한다. 연준 지분을 보유한 시중은행들에게 매년 6%의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배당금은 미국정부가 연준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발생한 이자로부터 창출된다.
금융패권에 맞서는 기술패권의 도전
트럼프와 머스크의 조합이 던지는 시대적 메시지는 기존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위원회가 미국정부 개혁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칼을 대려고 하는 것일까? 바로 연준이 대표하는 중앙화된 전통 금융패권주의 세력이다. 머스크는 기술패권주의 세력을 대표한다.
어느 시대이든 그 시대의 통제자는 생산요소를 장악한 계급이었다. 봉건사회에서는 토지를 장악한 지주가 통치계급이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을 장악한 금융계층이 세상을 지배해왔다.
금융의 핵심은 신용이다. 은행 업무는 고객의 신용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만들어진 우리 일반인들의 데이터는 대부분 은행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2000년대의 인터넷, 2009년의 모바일인터넷을 거쳐 2020년대의 챗GPT기술에 이르기까지 구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기업들이 개인들의 모든 데이터를 장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오면서 이제 자동차도 핸드폰처럼 스마트디바이스가 되었고 급기야 빅테크 기업은 우리 인간들의 교통데이터와 결제데이터를 모두 장악하는 플랫폼이 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테슬라는 세계 최고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기술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신흥 빅테크기업들은 전통금융의 중앙화된 체제와 완강한 기존 질서에 맞서려고 한다. 특히 무작위 통화발행으로 부를 독점해가는 중앙화된 전통 은행 중심의 금융자본주의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머스크의 정부효율위원회가 무너뜨리고자 하는 세계질서이자 연준 폐기를 이야기하는 배경이다.
기술자본주의 구현의 핵심에 선 비트코인
금융의 핵심은 데이터다. 과거 우리 인간들의 데이터는 은행과 같은 중앙화된 금융기관들이 독점했지만 지금은 빅테크 플랫폼기업들이 은행들보다 더 폭넓고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그 어떤 은행도 1억명이 넘는 회원(거래자)을 가진 적이 없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위챗 틱톡과 같은 기술기업들의 회원수는 모두 20억명을 넘어서거나 그에 가깝다.
한마디로 세상은 금융자본주의에서 기술자본주의로 넘어가고 있다. 데이터는 곧 신용이고 신용은 곧 금융이다. 이제 중앙화된 전통금융은 강력한 플랫폼독점의 기술자본주의 도전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질서를 무너뜨리려면 새로운 금융이 탄생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탈중앙화된 비트코인 체제다. 은행 증권 보험과 같은 전통금융은 모두 중앙화된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은 폐쇄성으로 인해 외부에서 아무나 들어올 수가 없다. 높은 진입장벽이 있기에 기득권은 영원히 기득권이 되는 체제다.
그러나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참여자 모두가 연결될 자격을 갖고 있으며 의사결정권에 참여를 할 수 있다. 또한 탈중앙화 시스템 자체가 네트워크 시스템이며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는 데이터 저장소다. 한마디로 중앙화된 조직은 진입장벽이 있지만 탈중앙화는 누구든 데이터를 갖고 있는 자가 주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득권 조직이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위의 논리에 맞춰 현재 트럼프와 머스크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짚어보자. 트럼프는 독일계 이민자 출신이며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민자 출신이다.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점 중 하나는 암호화폐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마가(MAGA)코인은 트럼프의 정치행보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도지코인은 머스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약어가 ‘도지(DOGE)’라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달러는 처음에는 금, 후에는 석유에 고정된(pagging) 국제통화이자 기축통화다. 연준이라는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돌아가는 통화다. 미국 국내에 초점이 맞춰진 연준의 통화정책은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금리인하로 대응했고 미국 달러는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는 해외 이머징국가에 흘러들어가 그들의 이익을 가져갔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연준은 바로 금리를 올려 리스크를 다른 나라에 떠넘겨왔다.
그러나 세상은 전기자동차 시대에 들어섰고 석유는 이제 전략적 필수자원 위치에서 탈락할 처지에 놓였다. 미래는 반도체칩이 더 중요해졌다. 달러는 이제 반도체칩에 페깅되지 않으면 기축통화 위치를 유지하기 힘들게 될 정도다. 그런데 반도체는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아 그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고 국제정치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반대로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데이터 저장소이며 아무도 영향줄 수 없는 독립된 거버넌스시스템을 갖고 있다.
만약 달러가 비트코인에 페깅된다고 가정하면 아무도 지금 미국의 35조달러 채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현재 금의 시가총액은 18조달러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그 정도만 상승해도 미국이 보유한 금과 함께 계산하면 미국의 채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국채의 30%인 외국에 진 빚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트럼프는 미국 빚을 갚기 위해 비트코인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인 통제력을 역설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