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법 허용오차, 현실과 규정의 간극
건축은 설계 도면에 담긴 계획을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이다. 설계 도면은 특정 축척에 맞춰 그려진 2차원적인 계획표에 불과하지만, 이를 실제 건축물로 옮기는 과정은 더욱 구체적이고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현장에 따라 도면에 반영되지 못한 디테일이 추가로 요구되기도 한다. 아무리 설계를 정밀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시공 과정에서의 오차는 피할 수 없다. 이는 기술적 한계와 물리적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건축법은 이처럼 불가피한 시공 과정의 오차를 일정 범위 내에서 인정하고 있다. 건축법 제26조는 ‘대지의 측량(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적측량은 제외)이나 건축물의 건축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오차는 이 법을 적용할 때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허용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건축물 높이, 건폐율, 용적률 등의 기준에 대해 허용 가능한 오차를 정하고 있다.
건축법상 최대 3% 오차 허용
예를 들어, 인접대지 경계선과의 이격거리 기준은 최대 3%의 오차를 허용한다. 따라서 건축허가 시 기준이 3m였다면, 실제 건축 후 2.91m로 측정되더라도 0.09m의 차이는 문제되지 않는다. 이는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시공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이다.
그러나 이런 건축법상 허용오차는 건축법 적용에 한정될 뿐, 다른 법률에서 규정한 기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올해 초 김포에서 신축된 한 아파트는 공항시설법상 고도제한을 63cm 초과해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해당 아파트는 김포공항으로부터 약 4km 떨어진 위치에 있어 건축물의 높이가 57.86m를 초과할 수 없었으나, 최종적으로 이보다 높은 58.49m로 지어졌다.
시공사 측에서는 건축법상 허용오차를 주장했지만, 공항시설법상 고도제한에는 적용되지 않아 일부 옥상 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시공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민법 제242조에서는 건축물이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최소 50cm를 이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법상의 기준이기 때문에 건축법상 허용오차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런 사례들은 허용오차의 적용 범위와 그 한계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반대 여론에도 허용오차 인정
건축법상 허용오차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2년으로, 처음 논의된 1975년 당시에는 도입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건축공학의 정밀성 원칙과 준법정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의 한계와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건축법에 허용오차를 인정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이와 비슷하게 지적측량에서도 기술적 한계로 인해 일정 수준의 오차가 허용된다. 특히 종이도면 기반으로 진행됐던 전통적인 지적측량 방식에서는 오차 범위가 36~180cm로 설정됐다. 이로 인해 측량자들이 정확한 결과를 추구하지 않는 관행이 생겨 경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도해(圖解)지역(종이도면, 1/1200)에서의 허용오차는 종종 인근 토지 소유자들 간의 경계 다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지적측량시행규칙’과 ‘지적업무처리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한 입법을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통적인 종이도면, 줄자, 앨리데이드(조준의) 등을 사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산 도면, 전자평판, 드론 측량 등 신기술을 도입해 측량의 일관성과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경계 분쟁을 줄이고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지적측량의 성과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발전은 건축과 측량의 정밀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기준 강화는 오히려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 허용오차는 기술과 현실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를 신중히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허용오차의 범위는 점차 축소되거나 필요성이 사라질 수 있지만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허용오차 문제 조화롭게 해결해야
결국 건축과 측량의 허용오차 문제는 기술적 가능성과 사회적 필요성 사이에서 조화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히 정밀성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발전하는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민우 법무법인 와이케이 건설부동산부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