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한국증시 소외 극복하려면 상법 개정 완수해야”
이사 충실의무 반영·밸류업 프로그램 ‘기업 거버넌스 개선’
MSCI 선진지수 편입으로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입 확대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단이 상법 개정을 멈춰달라는 주장을 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대폭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제대로 통과돼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국내 증시에도 투자금이 몰려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주식시장 활성화 TF’를 출범시켰다. 이어 15일에는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증권가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해야 증시에 투자금이 몰려들 것으로 진단했다.
관건은 70조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의 성공 여부다. MSCI는 매년 6월 선진국과 신흥국의 재분류 결과를 발표하는데, 올해 한국은 선진국 편입에 실패했다. 공매도 금지와 기업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조건은 공매도 전면 재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며 “공매도 시스템 개선이 진행되고 있고 내년 3월 재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은 주요 과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뿐”이라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소액주주의 이익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운을 띄웠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재계의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상법 개정이 주식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업들이 합병과 분할 등 각종 지배구조 개편 시 대주주의 이익만 챙기고, 소액 다수 주주의 이익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연구원은 “거버넌스(지배구조) 선진화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투명한 거버넌스가 투자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키우고, 경영권과 소유권을 동일시하는 인식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에 거버넌스 요소가 투자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한국 거버넌스 포럼은 “교과서에만 숨어 있던 지극히 당연한 이사의 주주 보호의무를 현실화시키고, 해외 장기투자 자금의 한국 시장 진입의 기초가 되어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이사의 공평한 의사결정은 일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계열사 늘리기가 아닌 기업의 본업에 집중하는 신산업 진출을 촉진시키고, 국내외에서 축적되는 자본시장의 풍부한 자금은 기업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까지 폐지하면서 상법을 개정하겠다는 민주당의 안은 더욱 이사의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사의 충실의무 부재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외국인과 기관 등 다수 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 상법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의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국내 증시의 떨어진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주장은 공염불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