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 1930조원 부양책 효과는

2024-11-25 13:00:01 게재

중국의 시장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대출우대금리(LPR)는 1년물 기준 3.10%, 5년 기준 3.60%로 낮아졌다. 올해 금리를 계속 낮추고 통화량을 늘린 결과다. 하지만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개월째 1%에 못 미치고 있고 생산자물가(PPI)도 2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지난 4주간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169억달러다.

중앙은행 데이터를 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의 부동산 대출 잔액은 37조5600억위안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감소한 수치다.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LGFV)의 부채 잔액도 22일 기준 11조800억위안으로 연초 대비 3600억위안 줄었다. 기업과 가계 모두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증거다.

가계 기업 모두 투자 꺼리자 중국 정부 10조위안 경기부양 나서

그러자 민간 대신 정부가 10조위안(약 1930조원)의 경기부양에 나섰다. 지방정부 부채한도를 6조위안 더 늘리고 4조위안의 차환용 채권을 발행하는 게 골자다. 걸림돌은 채권 발행 조건이다. 5년간 14조3000억위안인 음성채무를 2조3000억위안을 줄이면 화폐유통 속도에 영향을 주어 경기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지방채 발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도입한 제도다. 당시 4조위안의 경기부양 자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묘안을 짜낸 게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LGFV)이다. 예산법 규정을 피하면서 LGFV를 통해 조달한 부채로 인프라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LGFV를 통한 그림자 부채가 급증하자 2015년 신예산법을 만들기에 이른다. 신예산법의 핵심은 지방정부의 일반 채권과 특별채권 발행 허용이다. 이후 3년간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만 12조2000억위안이다. 이후 지방채 차환용 채권발행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차환용으로 발행한 채권은 1조3000억위안이다. 지방정부 재정난이 심해진 지난해 10월에도 1조위안 규모의 특수채권을 발행했고, 올 10월에는 1조7000억위안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을 정도다. 중국 정부의 채권 발행액은 지난해 말 기준 55조400억위안이다. 40조7400억위안은 양성부채고 나머지는 음성부채다.

지방정부의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43%다. 3000개에 달하는 지방 LGFV의 부채 이자만 65조위안이다. 이 금액을 합치면 지방부채는 120조위안이고 부채율도 95%로 올라간다. 중앙정부 부채 30조위안까지 더하면 150조위안에 119%의 부채율인 셈이다. 미국에 이어 글로벌 상위권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지방정부 부채도 중앙정부 몫이다.

중국이 향후 5년간 발행하기로 한 10조위안으로는 경기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년 2조위안씩 지원해도 중국 부채총액의 1/60 수준이다. 33조위안 규모인 지방 예산에 비해도 ‘새 발의 피’다. 최근 10년간 지방정부 투자승수가 하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채와 LGFV 채권의 GDP 비중은 지난해 기준 213%다. GDP 100위안을 생산하기 위해 213위안의 빚을 냈다는 의미다. LGFV의 투자이익률도 2021년 기준 1.35로 10년 사이 1%P 정도 낮아졌다.

경제성장 촉진하려면 가계와 기업 투자 참여가 필수

더 큰 문제는 돈이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 지방채의 사용처는 영리성 프로젝트다. 수익률 높은 영리성 프로젝트를 찾는 것은 민간기업도 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렇다고 다시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없다. 지방정부 재개발 주택수도 100만채로 줄었다. 2015년의 1/5 수준이다.

중앙에서 원하는 첨단산업에 투자자금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에서도 회의적인 이유다. 10조위안 부양자금은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효과밖에 없는 셈이다.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면 가계와 기업의 투자 참여가 필수다.

현문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