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힘내라,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 삼성이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삼성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반도체가 주축을 이룬다. 지난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125억달러(17조4800억원)다. 10월 수출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실적만 보면 ‘반도체 강국’ 위상은 여전하다. 그래서 삼성의 반도체가 위기라면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삼성의 위기는 실체가 있는가. 사실이라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삼성 위기설’은 삼성반도체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시장을 잃으면서 3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3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중점산업으로 지원했다. 각종 우대정책을 강화해 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연구 혁신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정책적으로 각종 세금혜택과 함께 ‘국가 반도체 기금’을 운영해 기술개발과 획득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2020년 중국은 ‘국가 정보화 발전 전략 강요’를 통해 첨단 집적회로, 기초 소프트웨어, 핵심 소재 등 중국 반도체산업의 취약한 분야를 본격적으로 육성했다. 기술자립을 앞세우며 내부적으로는 생태계 구축 전략이다. 반도체 기금의 투자로 중국 반도체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2015년 기준, 집적회로 매출액은 3610억위안으로 목표인 3500억위안을 돌파했다. 2016~2017년까지 20% 이상 성장했다. 웨이퍼 제조와 패키징 설비 재료 등 생태계 전반에 걸친 성과다.
중국정부와 대비되는 한국정부의 행태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한 마디로 삼성과 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의 흑자행진에 취해 있었다. 한국 반도체는 시장 규모의 30%에 불과한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되어 있다. 나머지 7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는 시장 점유율 3%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은 메모리반도체마저도 대만과 중국이 추격해 오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2단계 발전 전략이 마무리된 2017년을 기점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이 꺾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쟁력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는 생태계 부재가 근본적 이유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중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손꼽을 정도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안일함이 크다.
소부장 기술로만 보면 일본이나 미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산을 쓰기 위해 반도체 생산 라인을 바꾸거나 변경하려면 적지 않은 투자금이 든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중국은 생산 라인을 중국산으로 교체하면 보상금까지 지급한다. 그 결과 중국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50%를 넘겼다. 한국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마련해 약 71조원을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도 약 18조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는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은 필수다. 소부장부터 패키징까지 모든 생태계를 온전하게 구축하기는 어렵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 된다.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가 좋은 사례다. TSMC를 중심으로 강소기업이 설계와 패키징을 특화해 생태계를 구축했다.
정부도 뒤늦게 지원 계획을 밝혔다. 2031년까지 2744억원을 투입해 패키징 기술과 관련 소부장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정치권도 지난 7월 반도체 지원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보다 강력하다. 정책금융을 10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세액공제율도 기존보다 10%p씩 높였다. 기간도 10년으로 늘렸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피해 보조금 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은 기업을 넘어 국가 간의 경쟁으로 확산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 기득권이라는 울타리가 생긴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이 관료적 조직문화다. 관료적 사고방식은 직무 수행에 방어적이고 소극적이다.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행동(사일로 현상)양상을 보인다. 도전과 개척정신은 사라진다. 기업의 투자는 비효율과 비용의 낭비로 뒷걸음질하게 된다. 성장은 멈추고 ‘현상관리’에 집중하는 양상이 만연한다. 당연히 연구개발(R&D)을 기피하고 인수합병(M&A)도 시도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은 불편할 뿐이다.
글로벌 한국 기업들이 성찰해야 할 시기
삼성전자가 조직을 쇄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의 문제점은 관료주의의 심화, 위기관리 리더십 부재, 상의하달의 일방소통 등으로 지적한다. 따지고 보면 별로 색다른 것도 없다.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기업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글로벌 한국 기업 전체가 같은 처지에서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IMF 때 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의 기회로 삼자. 기업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 힘내라 삼성, 힘내라 한국 기업. 지금은 한마음으로 응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