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2025년 경제, 결국 내수가 문제다

2024-11-26 13:00:07 게재

연구기관이나 시장조사기관들이 잇따라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5년 한국경제의 전반적 기상도는 ‘흐림’이다. 무엇보다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자체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올해 성장률 2.5%, 내년 성장률 2.3%가 컨센서스였지만 최근에는 2024년 성장률 전망치가 2.2~2.3%, 2025년 성장률은 2.0% 내외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그런데 관세율 인상을 비롯해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가 출범하지만 대미 수출 타격 가능성을 2025년 경제 전망에 적극적으로 투영한 조사기관은 없다.

트럼프정부 관세정책 등으로 2025년 한국경제 기상도는 '흐림'

최근 수년 동안 미국 경기활황과 중국 경기침체로 한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크게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 대미 수출 비중이 10% 내외라는 비율이 오랫동안 지속돼왔지만 2024년에는 두 국가 수출 규모가 거의 비슷해졌다. 지난 10월까지 대중 수출금액은 1100억달러, 대미 수출금액은 1055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대체로 관세율 인상 등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들이 내년에 당장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혹은 기대가 2025년 경제전망에 내포돼 있는데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성장률이 현재 컨센서스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총량적 경제지표로서의 GDP 성장 둔화도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심각하게 봐야 할 점은 내수의 구조적 침체다. 경기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2024년 경기 사이클은 회복이었다. GDP 성장률은 작년의 1.4% 성장에서 2.3%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생활인으로서 경기회복을 체감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로 총량적 지표는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수출이 내수회복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민간소비가 장기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매판매 지표는 최근 30개월 중 24개월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IMF외환위기 때는 13개월, 카드위기 때는 18개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7개월 동안 마이너스가 기록됐다.

최근에 경험하고 있는 소비침체는 역대 최장 기간이다. 민간소비는 가계부채에 발목 잡혀있다. GDP의 90%를 넘어선 가계부채는 주택 구입 과정에서 크게 증가했다. 주택가격 상승은 차입을 통해 주택을 장만한 이들에게 다행스런 일이겠지만 집값 상승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가계의 소비 여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계 자금이 유동화시키기 힘든 부동산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에 원리금을 갚아야 하니 쓸 돈이 없다. 은행의 예대마진은 사상 최대 규모이지만 민간 소비는 역대 최장 기간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소비 둔화는 순환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내수의 구조적 침체로 내년성장률 2.0% 지키지 못할 듯

기업의 설비투자도 고용을 매개로 내수에 큰 영향을 주는 지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왕성하게 투자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가 주류를 이룬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2018~2019년 한국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2년 연속 감소했는데 트럼프 1기 때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로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바이든행정부의 인플레방지법 반도체법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었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가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난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2.0%선인 2025년 GDP 성장률 컨센서스는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여지가 크다. 장기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수의 부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정책이 긴축기조에서 탈피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둔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