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정책변화 극복 위한 R&D 투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295일 간의 긴 여정을 거쳐 지난 11월 5일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으로 끝을 맺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에 걸맞게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국제관계에서도 철저히 국익에 기반한 거래적 동맹관계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행정부 인선 혁신적 변화 예고
트럼프 당선인의 새 행정부 인선은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새롭게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한 기업인 일론 머스크를 임명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정부효율부는 연방정부의 낭비성 예산을 삭감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미국 행정체계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며 규제와 끊임없이 충돌해왔다. 그는 지난 9월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과정에서 연방항공국(FAA) 규정을 위반해 벌금을 부과받은 뒤 “로켓을 만드는 것보다 규제 문턱을 넘기가 더 어렵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작동 중 발생한 보행자 사망사고를 조사하며 테슬라의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기술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다. 레벨3 자율주행 차량은 주행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로, 사고 발생시 기술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유엔 유럽 경제위원회(UNECE)는 오는 2025년 기존 첨단운전자보조기능인 ADAS 규정을 보완한 운전자 제어 지원 시스템(DCAS)을 발표할 예정이다. DCAS는 자율주행 기능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책임을 운전자에게 두어 제조사의 리스크를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이 규정은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쟁에 연구개발비 지원 휘둘릴 우려
우리나라 또한 2027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목표로 정부 주도하에 270여개 산・학・연이 협력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자율주행을 포함하는 모빌리티 기술 등 12대 국가 전략기술을 선정하고 ‘과학기술 주권국가, 초격차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지난 8월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2024~2028)을 발표했으며 연구개발(R&D)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R&D 카르텔 해소를 명분으로 연구비를 대폭 삭감한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연구비가 감액되어 협약을 변경하고 일부 과제는 중단되면서 연구 목표의 축소와 우수 인력의 이탈 등 문제가 심각하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의 심의를 받고 있다.
여야 간의 극한대치 속에 과학기술계의 연구개발비 지원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휘둘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와 같은 불안정한 연구환경은 과학기술의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결국 잃게 만들 것이다.
앞으로 자율주행 업계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미국의 정책 변화, 국내 연구 환경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규제 개선, 연구개발 지원, 해외시장 확장을 목표로 협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