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13개월 만에 전격 휴전
27일 오전 4시부터 60일간 교전 중단
네타냐후 총리 “합의 깨지면 공격할 것”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6일(현지시간) 한시 휴전안에 전격 합의했다. 휴전안은 27일 오전 4시부터 효력을 발휘해 60일간 공습과 교전이 중단된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기습당한 이스라엘이 하마스뿐만 아니라 헤즈볼라까지 반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촉발된 교전이 13개월 만에 포성을 멈추게 된다. 지난 9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를 겨냥한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포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18년 만에 지상전에 돌입한 시기부터 따지면 약 2개월만이다.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 저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보내각에서 헤즈볼라와의 휴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명, 반대 1명으로 통과시켰다. 다만 이번 휴전이 가자지구 전투나 이란과의 대결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연설을 통해 “레바논의 휴전은 이란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을 쉬게 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헤즈볼라가 합의를 깬다면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국경 부근 테러 시설을 재건하거나, 로켓을 쏘거나, 땅굴을 파거나, 미사일을 실은 트럭을 몰고 오면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전 이후에도) 우리는 레바논에서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할 것”이라며 “북부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을 귀환시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작전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중재한 이번 휴전안에는 60일간 일시 휴전하면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의 중화기를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리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스라엘-레바논 ‘블루라인’(유엔이 설정한 양측 경계선) 국경 지대에는 레바논군 수천명을 추가로 투입해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과 함께 무력충돌을 막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동에 관한 좋은 소식이 있다”며 휴전합의를 공식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금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총리와 통화했다. 두 나라 정부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파괴적 분쟁을 끝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며 “오늘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 및 레바논) 현지 시간으로 내일 새벽 4시부터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 국경에서 전투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안은) 적대행위가 영구 중단되도록 설계돼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이 다시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라며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테러 인프라 재건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쟁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과 이란과의 충돌은 물론이고, 가자전쟁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이스라엘 내부 극우파의 불만도 변수다. 휴전이 발표된 이후에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에 이스라엘군 공습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휴전이 발효되기 전에 잔존 위협을 제거하는 동시에 헤즈볼라에 대한 경고 그리고 휴전 합의에 반발하는 이스라엘 국내 여론을 달래려는 다목적 의도로 해석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기간에 대해 “상황이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