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의 아프리카 톺아보기
반정부시위 곳곳 확산, 아프리카에도 봄은 오는가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반정부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로 청년세대들이 주도하는 시위는 ‘아랍의 봄’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돼 아랍권으로 번진 민주화시위를 지칭한다.
그해 12월 17일 경제난에 놓인 튀니지에서 생계를 위해 과일 노점상을 하던 26살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이를 계기로 빈곤과 식량난으로 응축된 아랍권 국민들의 분노가 장기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정부에 항의하며 터져나왔고, 휴대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며 대규모 시위로 확산되었다. 청년층 주도와 소셜미디어 활용을 공유하는 아프리카의 반정부 시위도 이와 비슷하다.
청년층 주도, SNS 활용 ‘아랍의 봄’ 비슷
지난 6월 케냐에서 시작된 증세법안 반대 시위가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반정부시위로 확대되면서 유혈사태가 있었다. 시위 주최측은 엑스(X, 옛 트위터)에 ‘목요일에 만나요’라는 뜻의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섞은 해시태그(#tutanethursday)를 올리며 시위를 독려했다.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케냐 대통령은 증세 법안을 철회하고 내각교체를 단행했으나, 대통령 사임을 비롯한 변화에 대한 시위대의 요구는 계속되었다. 케냐의 반정부시위는 인접한 우간다는 물론,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나이지리아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월 23일,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Kampala)에서는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시위가 열려 45명이 체포되었다. 우간다의 시위 역시 젊은 청년들이 중심 역할을 했다. 특히 우간다 시위는 마찬가지로 엑스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관련 해시태그(#UgandaParliamentExhibition)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한다는 의미가 있다.
부패인식지수가 180개국 중 141위로 매우 낮은 우간다에서 야당 인사들과 인권운동가들은 40년 가까이 집권하고 있는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Museveni) 정권의 자금 횡령과 오용이 만연하며 부정부패 처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난해 왔는데 이러한 야당의 인식이 시위에 적극 반영된 모습이다. 우간다 국회의원의 월급은 9000달러 수준으로 2024년 우간다 국민의 평균 연소득(1000달러)의 9배나 된다. 그런데 우간다 국회는 990달러인 국회의장의 일일 경비를 4000달러로 인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8월 1일부터 10일간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100만명이 결집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 초기에는 평화롭게 진행되었으나 진압 과정에서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북부의 일부 지역은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 시위로 약 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1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쁜 통치 종식(#EndBadGovernance)’과 ‘굶주림 시위(Hunger Protest)’를 구호로 내건 시위 동조 여론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의 고의적인 인터넷 속도저하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2년 전 볼라 티누부(Bola Ahmed Tinubu)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침체된 경제를 타개할 경제개혁안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티누정부는 석유와 전기 보조금을 삭감하고, 인위적으로 고정해 온 나이라(NGN, 나이지리아 화폐단위)의 환율을 낮춰 외환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연료가격이 3배나 폭증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외자는 들어오지 않고 빈부격차만 심해졌다.
지난해 5월, 1만나이라에 22달러이던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2월에는 6.4달러 수준이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벌어져 식자재 물가가 40%나 폭등했다. 그나마 지난 7월 최저임금이 3만나이라에서 7만나이라로 인상되었지만 나이지리아 인구 2억명의 생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와중에 대통령 전용기와 국회의원 전용 차량, 관저 등에 3800만달러의 예산을 소진하는 등 일련의 행위들은 시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시민들은 경제를 살리려면 각료의 임금을 삭감하고 부정부패를 우선 척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시위는 11월에도 이어지면서 정부는 76명을 중범죄로 기소했다.
민생의 어려움 해결과 경제정책 수정 등 생활고와 관련한 반정부 시위는 가나에도 이어졌다. 지난 7월 말에 ‘Z세대의 시위(Gen-Z demonstration)’라는 이름으로 200만명의 청년들이 생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가나 고등법원의 시위금지 조치로 사전 차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가나 역시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금리상승 등으로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상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적 부패와 권위적 통치에 반발
이처럼 케냐 우간다 나이지리아 가나에서의 시위 발생은 경제난이 시초가 되었지만 넓게는 정치적 부패와 권위적 통치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에서 아랍의 봄과 유사하다.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봉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아랍의 봄을 떠올리며 개별 국가의 시위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계층 사다리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 속에서 청년세대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시위의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11월 7일에는 아프리카 남부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가 있었다. 1975년부터 집권해 온 집권 여당인 프렐리모당이 선거에서 71%의 득표율로 승리를 했고, 이에 야당 인사와 시민들은 이번 선거가 부정 선거라며 불타는 타이어로 거리를 막고 플래카드를 흔들며 격렬한 시위를 했다.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
아프리카에도 봄이 찾아올까? 아랍의 봄은 튀니지를 제외하고 리비아와 시리아는 국가가 분열되고 예멘은 내전 그리고 이집트는 군부의 힘이 더욱 강력해지면서 미완성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당시의 시위대들은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제도화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간과한 점이 있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갈망이 그만큼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회 제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기반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한편, 아프리카의 반정부시위를 아랍의 봄과 겹쳐보기 어려운 이유도 존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겪은 삶의 변화와 억눌렸던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금과 같이 대중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심리적 요인이 있다. 또한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만 발생한 시위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역사 종교 부족 언어 등의 사회균열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분쟁들을 돌이켜볼 때 이번 시위가 특별히 새로운 현상이라 단순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근본적 변화 없인 청년세대 불만 못 달래
여전히 아프리카 각 나라의 정부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구금하고 억압해 물리적인 힘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폭압적 진압은 청년층의 불만을 해소할 수 없다. 청년층의 불만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불평등과 기회 박탈에 대한 깊은 실망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일자리 창출, 공정한 기회 제공, 투명한 정치 체계 구축 등 청년층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떠다니는 것을 보면 이미 지어져 있다.” 적시에 적절한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아프리카 속담이다. 청년세대들이 주도하는 아프리카의 반정부시위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변화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미래는 청년세대에 달려 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미루기만 한다면 아프리카의 봄은 찾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