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출 늘었다지만 내수 직결된 지출은 오히려 감소

2024-11-29 00:00:00 게재

불황 대비해 소득 늘어도 지갑 닫는 국민들 … 새 차 안사고 술·담배 줄이고

주거·공공요금·의료비 지출만 늘고 … 내수 관련된 차·스마트폰·술 지출 줄어

올해 3분기 가구소득과 소비지출이 모두 늘었다지만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전체소비지출릉 늘었지만 주로 주거비와 관련된 지출이었다. 전월세가격 등 주거비용이나 수도·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수와 직결된 교통·통신·의류·신발·주류 등은 오히려 지출이 감소했다. 전체 소비지출 지표는 좋아졌지만 정작 내수경기는 나빠진 이유가 여기 있었던 셈이다.

◆실속 없는 ‘소비지출 증가’ = 29일 통계청의 ‘2024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분기 전국 1인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1.4% 상승했다. 이같은 소비지출 증가추세는 정부가 최근까지 ‘내수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진단했던 주요 근거 중 하나였다. 소비지출이 꾸준히 늘고 있으니 내수도 자연스레 회복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내수와 관련해서는 ‘소비지출 증가 지표’가 거꾸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지출 증가를 주도한 부문은 주거·수도·광열(12.6%)으로 집계됐다. 특히 월세 등을 포함한 실제주거비가 18.4% 상승했다. 3분기 당시 주택거래량이 늘면서 리모델링 관련 주택유지 및 수선 부문이 45.6% 늘어났다. 연료비도 6.9% 지출이 늘었다. 이어서 음식·숙박(5.6%), 기타상품·서비스(9.0%), 보건(7.9%), 오락·문화(6.9%) 등에서도 소비지출이 늘었다.

보건의 경우, 병원 입원 서비스에서 22.4% 지출이 늘었고, 그 외 외래의료서비스(6.7%), 치과서비스(6.5%) 등에서도 증가했다. 증가폭이 가장 큰 분야가 주거비와 공공·의료 관련 지출인 셈이다. 음식·숙박과 오락·문화 정도만 내수 연관성이 있고 나머지 지출증가 분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내수직결된 분야엔 지갑 닫았다 = 반면 지출이 감소한 분야는 대부분 내수 연관성이 컸다. 교통(-4.3%)과 통신(-3.6%), 교육(-1.3%), 의류·신발(-1.6%), 주류·담배(-2.9%) 등이 대표적으로 내수와 직결된 업종이다. 이들 분야 소비지출이 줄다보니 내수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표적 내수업종인 자동차 구입(-24.8%)이 크게 줄면서 교통 지출은 31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4.3% 줄었다. 신차 구입을 뒤로 미루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의류·신발 지출은 11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주류·담배 지출은 2.9% 줄어든 4만원으로, 주류는 2.6%, 담배는 3.2% 전년보다 감소했다. 통신 지출은 12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스마트폰 등을 포함하는 통신장비(-15.4%)의 감소폭이 컸다.

◆경제 위기감에 소비성향도 위축 = 소비성향이 위축 추세를 보인 점도 내수부진의 한 요인이다. 내년으로 갈수록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해 국민들 스스로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9.4%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포인트(p)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낮을수록 지출이 적다는 뜻이다. 평균소비성향이 60%대로 내려온 건 2022년 4분기(69.1%) 이후 처음이다.

소득과 소비 증가율을 비교해도 비슷한 추세다. 올해 3분기 가계소비 증가율이 9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가계소득 증가율을 밑돌았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4.4% 늘었다. 물가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도 2.3% 증가했다. 반면 가계지출은 397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소비지출(세금 등)을 제외한 소비지출 증가율도 3.5%로 3분기 기준 2020년(-1.7%)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소비지출도 1.4% 증가에 그쳤다.

결국 내수회복의 온기와 금리인하 효과가 실제 체감경기로 확산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질소득 증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과 물가안정 노력을 강화하고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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