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조속한 제정 바란다

2024-12-02 13:00:10 게재

서울이 117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에 갇힌 지난달 27일, 찬바람 부는 국회 본관 앞에 천막이 하나 들어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평소 합리적 온건주의자로 평가받아온 박 시장이 천막농성이라는 강경한 방법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특별법 제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 절박한 부산시장의 천막농성

지금 대한민국은 잠재 성장률 저하와 초저출생, 지역간 격차심화 등 중대한 위기들에 직면해 있다. 이 모든 재앙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수도권 일극주의다. 매일 아침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수도권 사람들은 초저출생이라는 말이 남의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국의 청년들을 모조리 흡수하는 서울의 출생률이 0.55명으로 전국에서 제일 낮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두렵고, 명확한 지표다. 이제는 더 이상 탁상공론과 지역 나눠주기 식의 균형발전 논리를 믿고 앉아있을 상황도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도 하나 먹어라’는 떡 나눠주기식 균형발전 정책이 얼마나 맥없이 좌초되어 왔는지 지겹도록 봐왔다.

부산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을 가진 도시다. 5년 뒤면 부산신항과 연계돼 세계의 물류가 몰려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선다. 이런 가능성을 보고 이미 국내외 기업들이 부산으로 모여들고 있다. 3년 전보다 무려 20배가 넘는 기업 유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밀어준다면 머지않아 부산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홍콩 같은 도시를 하나 갖게 된다는데 누가 반대할 수 있단 말인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는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부산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조성하기 위한 혁신 균형발전 전략이다. 부산을 남부권의 성장 거점으로 만들어 수도권 일극화를 완화하고 꺼져가는 남부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다. 특별법은 부산을 물류·금융·첨단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특구 지정과 특례 등을 담고 있다.

부산시민들의 목소리도 절절하다. 33일 만에 100만명, 69일 만에 부산 인구의 절반인 160만명의 시민이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에 동참했다. 100만 서명 돌파의 국내 최단 기록이기도 하다.

특별법 관련 준비 마쳐, 조속한 입법을

특별법과 관련된 준비도 이미 모두 마쳤다. 관련 부처와의 협의도 완료됐고 정부는 특별법 추진을 위한 TF를 꾸려 특별법 지원을 위한 추진체계도 마련해둔 상태다.

여야 지도부와 상임위도 특별법의 당위성과 필요성 시급성에 충분히 공감했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법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런데 아직도 특별법에 대한 국회 상임위 심사는커녕 공청회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정치적인 이유를 따질 시간조차 지금은 아깝다. 정기국회에서 안되면 연말 임시국회에서라도 통과시키는 것이 부산시민에 대한, 아니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위한 국회의 의무다.

국회는 정쟁을 뛰어넘고 여야를 초월해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국회는 신속한 입법공청회 개최와 함께 특별법 법안 심사를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수도권 초집중으로 인한 국가 위기경보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대한민국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