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철도시장의 게임체인저,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

2024-12-03 13:00:03 게재

대한민국 고속철도는 2004년 4월 1일 경부고속철도 1단계(서울역~동대구역) 개통으로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는 경부선 298.2km, 호남선 183.8km, 수도권 구간 61.1km를 포함한 총 643.1km에서 118대의 KTX 차량이 최고시속 300km 속도로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다. 1989년 국책사업으로 선정된 고속철도의 도입은 대한민국 전역을 ‘하루 생활권’으로 바꾸며 사회·경제·문화적 대전환을 가져왔다.

시속 300km의 고속철도 안전 운행의 핵심은 숙련된 기관사의 집중력뿐만 아니라 열차제어시스템이라는 첨단기술에 있다. 열차제어시스템은 앞뒤 열차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기관사에게 최적의 운행속도를 제공해 열차의 안전운행을 보증하는 철도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다.

KTCS-2 개발 국산화 표준화 토대 마련

프랑스 TGV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한 대한민국 고속철도는 차량을 포함한 대부분의 고속철도 시스템을 국산화했지만 열차제어시스템의 국산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선별 시기별로 각기 다른 방식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제품의 표준화가 되지 않았고, 국내 제조사 입장에서도 표준화되지 않은 시스템을 각각 국산화해 노선별로 공급하기엔 경제적 이점이 크지 않아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2010년 10월 ‘열차 신호시스템 표준화 방안’ 수립 후 2017년 12월 ‘철도 신호통신시스템 국산화 계획’을 발표하고, 2019년 3월 ‘철도노선간 연계운행을 위한 철도시설 기술기준’을 제정해 열차제어시스템의 표준화 및 국산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비로소 대한민국 철도노선 간 상호 연계 운행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국가철도공단은 2014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국가R&D를 통해 ‘무선통신 기반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TCS-2)’을 개발하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어 2018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전라선(익산역~여수EXPO역)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해 상업화 성공과 더불어 안전성을 입증했다. 2022년 12월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협력해 한국철도표준규격(KRS)을 제정함으로써 국내 제조사들은 표준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글로벌 철도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철도 신호기술 분야 세계 중심 기대

이처럼 정부와 관계기관 간 투-트랙 전략을 통해 탄생한 KTCS-2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열차제어시스템(ETCS)을 기반으로 한국의 4세대 무선통신망(LTE-R)을 접목해 개발됐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350km/h 이상의 운행속도로 향상하고 글로벌 철도시장에서 단숨에 기술 우위를 선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쾌거라 할만하다.

KTCS-2는 기존 유럽 철도 선진국들의 기술독점을 타파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 철도는 고속운행과 함께 탄소저감을 실현하는 교통수단으로 많은 나라들이 앞다투어 첨단 철도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KTCS-2로 이뤄진 열차제어시스템 표준화는 대륙 간 국가 간 철도운송을 가능하게 하며 글로벌 철도시장의 확장을 이끌고 있다.

해외 철도시장이 점차 커져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KTCS-2를 앞세워 철도신호기술 분야에서 변방이 아닌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또 글로벌 철도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