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아닌 우정·성장이 목표” 이색 농구대회

2024-12-03 13:00:05 게재

성동구 사회가치경영 공모사업 눈길

여성체육 저변확대에 동호인들 호응

“경기 어떻게 됐어요? 마지막을 놓쳤어요.” “우리 8점이나 넣었어요.”

정원오 구청장이 여성농구대회 개막식에 참여한 뒤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동구민종합체육센터. 1층 대체육관 농구장을 빠져나온 선수들 표정이 밝다. 직전 경기때는 상대편이 30점을 훌쩍 넘도록 ‘0점’ 행진을 이어가면서도 공을 좇아 해맑게 뛰던 ‘울지마(UZM)’선수 한명이 “너무 행복하다”며 경기 소감을 전했다.

1층 출입구 앞에서는 선수들이 드리블 연습을 하고 있고 차와 담소를 즐기도록 꾸며진 공간에서는 시합 개시를 앞둔 팀이 작전회의에 한창이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엄마 선수도 아이와 함께 감독의 지시에 귀를 기울인다. 경기 관람차 센터를 방문한 주민들은 “활력이 느껴지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3일 성동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말 이색 농구대회를 열었다. 우승이 아니라 우정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돌핀즈 사회가치경영(ESG) 여성 농구대회’다. 2018년 창단해 성수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돌핀즈 농구클럽이 ‘성동형 사회가치경영 실천 공모사업’에 선정돼 개최하는 대회다. 지난 7월에 이어 벌써 두번째다.

농구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던 양희연 대표가 단체운동 영역에서 소외됐던 여성들에게 참여기회를 주고 운동을 통해 자존감과 소속감을 키우자는 취지로 제안해 시작됐다. 여성농구대회 2회 개최와 초보자를 위한 하루 운동교실 개최를 앞세워 선정됐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가운데 사회분야다. 양 대표는 “성인이 운동 경험을 해야 저변확대가 된다”며 “특히 단체종목은 목표를 세우고 소통·융합하고 경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에 내 자식만 앞세우지 않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24일 총 8개 팀 100여명이 참여해 전·후반 10분씩 토너먼트 경기를 치렀다. 성동구에 연고를 둔 팀은 돌핀즈를 포함해 두곳. 나머지는 인근 동대문부터 마포구, 멀리는 경기 수원과 용인에서 직장생활과 함께 농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경기만을 보고 성수동을 찾았다. 선수들 이온음료는 일회용 페트병이 아니라 텀블러에 제공했다.

‘우정과 성장’이 목표인 대회인 만큼 참가자들에게는 하루 축제가 펼쳐졌다. 2살 딸 미아와 함께 방문한 김묘신(36·중구 신당동)씨는 “속도감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생기고 단체운동이라 초보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며 “아이 인성과 체력 성장에도 보탬이 될 것 같아 일찍부터 익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참가신청을 할 때도 대회 의의를 공유했다”며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수동 주민 김은희(52)씨 역시 “단체경기는 꼭 내가 잘하지 않아도 되고 다같이 잘해야 한다”며 “연습한 걸 시합에서 손발 맞춰 성공시키면 너무 짜릿하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난 2022년부터 사회가치경영에 대한 인식 확산과 지속가능한 도시 조성을 위해 실천사업 공모사업을 해오고 있다. 사회혁신기업 비영리민간단체 대학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데 올해는 여성농구를 비롯해 총 20개 사업이 선정됐다. 환경 9개, 사회 8개, 지배구조 3개다.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공정 기술 공유, 발달장애 어린이 대상 문화예술 교육, 노년층 대상 자서전 제작 교육 등 사업 내용도 다양하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여성들이 농구와 같은 단체운동 종목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많은 주민들 특히 여성들이 생활체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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