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액 해외송금업체’ 일제 검사 착수
10여곳 현장·서면 검사 진행 … 지난 8월 카카오페이 신용정보 유출 적발
건전성, 한도초과 송금 등 전반 확인 나서 … 정부, 제재 절차 개선 검토
금융감독원이 소액 해외송금업체 10여곳에 대한 현장·서면검사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 3개 업체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해 카카오페이가 개인 신용정보 약 542억건을 고객의 동의없이 중국 알리페이에 넘긴 사실을 적발한 이후 다시 대대적인 검사에 돌입한 것이다.
4일 금융당국와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소액 해외송금업체 2곳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섰으며 부채비율 등 감독기준에 미흡한 업체 10여곳에 대해서도 서면검사를 진행 중이다.
소액 해외송금업은 2017년 7월 제도 시행 이후 현재 25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4곳(상반기 3곳, 하반기 1곳 추가)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인데 이어 이번 검사까지 더하면 대략 20여곳이 검사를 받게 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8조원대의 ‘이상 외화송금’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검사·제재를 실시했으며. 올해는 소액 해외송금업체에 대한 검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의 경우 내부통제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데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규모가 작은 소액 해외송금업체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소액 해외송금업체의 경우 내부통제 기능이 약하고 대표이사의 의사에 따라 대다수 주요 결정이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카카오페이의 해외결제부문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가입 고객 4045만명의 신용정보가 중국 알리페이에 넘어간 것을 확인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이용 고객의 불법행위를 확인해서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
하반기에 추가로 실시한 소액 해외송급업체 검사에서는 동일 인당 정해진 한도를 넘는 초과 송금이 다수 발생한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소액 해외송금업체의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액 해외송금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라서 금감원이 검사 권한을 위탁받기는 했지만 제재 권한은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다. 다만 외국환거래법 위반 이외에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특정금융정보법의 고객확인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이 제재할 수 있다.
외국환거래법 37조(권한의 위임·위탁)는 기획재정부장관의 권한을 위임하는 조항이지만 여기에 소액 해외송금업체 제재는 빠져 있다. 따라서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해마다 기재부에 통보했지만, 기재부에는 제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소액 해외송금업체들은 당국 조치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진 상태다.
정부는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과 함께 제재 권한과 절차를 개선하는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으로 제재 권한이 넘어오면 소액 해외송금업체들에 대한 제재가 잇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올초 해외송금업체들 사이에서는 일부 업체가 동일 인당 일정금액(건당 5000달러, 연간 5만달러) 이하로 제한돼 있는 해외송금의 법적 한도를 넘어 불법적인 송금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금감원 검사로 이 같은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또 필로폰 등 마약류 판매와 관련한 범행에 소액 해외송금업체의 가상계좌가 이용됐다는 혐의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관세청에서도 일부 소액 해외송금업체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