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표결서 또 갈라진 친한-친윤
친한 의원 중심 18명 찬성표
추경호 비롯 친윤 의원 불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파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또 다시 극명한 분열상을 보였다. 한동훈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친한 의원들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친윤 의원들은 무더기로 불참했다. 10일 빅데이(새해 예산안·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를 앞두고 ‘휴전’으로 접어드는 듯싶었던 친한-친윤 갈등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3일 밤늦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친한은 한 대표와 행보를 함께 했다. 한 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SNS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고 선언한 뒤 당사에 집결한 친한 의원들과 함께 걸어서 국회 본회의장에 입성했다. 김상욱 김형동 박정하 박정훈 서범수 장동혁 정성국 정연욱 주진우 조경태 한지아 의원 등 친한 의원이 중심이 된 18명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찬성표를 던졌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저지에 힘을 모은 것이다. 친한 의원들의 가세 덕분에 표결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여유 있게 가결됐다.
반면 여당 주류로 꼽히는 친윤 의원들은 무더기로 불참했다. 당내 친윤은 30~40명으로 추산된다.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지만 표결이 이뤄진 본회의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친한과 친윤은 최근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둘러싸고 거칠게 충돌하다가, 10일 새해 예산안 처리와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일시적 휴전’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서 양측의 간극을 재확인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친한이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강하게 저지하면서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친한 인사는 4일 “대표의 입장은 완전히 무시하고 용산 눈치만 보는 의원들과 한지붕 밑에서 같이할 수 있겠나 싶다”고 토로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