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방해’ 딜레마…경찰 계엄대응 ‘우왕좌왕’
의원복귀 허용하다 봉쇄,일부는 월담도
경력 투입 과정 함구 “타임라인 정리 중”
윤석열 대통령의 간밤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를 둘러쌌던 경찰이 국회의원들의 국회 복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대통령이 따라야 한다는 헌법조항의 충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과 국회 현장 목격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오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는 국회 경비대와 영등포경찰서 직원들이 담장을 따라 배치됐다.
경찰은 국회 출입문 통제 초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출입기자만 신원을 확인한 뒤 1·2번 게이트로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1호 포고령'을 발표하고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안 표결을 결정, 예정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국회의원들의 복귀도 차단했다.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가기 위해 국회 담장을 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들의 국회 복귀를 놓고 경찰의 대처가 오락가락했던 것은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헌법조항의 충돌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 경찰 내에서 나왔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이날 오후 11시30분쯤 발표한 1호 포고령 1조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원들의 본회의도 정치활동으로 보고 금지한다는 취지다.
반면 헌법 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의 국회의원 국회복귀 차단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의결 방해로 내란 및 대통령 탄핵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헌법과 계엄 포고령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계엄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군·경 핫라인을 통해 경찰청을 건너뛰고 국회경비대가 속한 서울경찰청에 먼저 협조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조지호 경찰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약 4시간 전부터 사무실에서 대기하라는 대통령실의 연락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다.
경찰은 3일 국회 봉쇄 과정과 관련한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관계자는 “타임라인을 복기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