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못 갖춘 계엄, 탄핵 사유”
‘국회 정치활동 금지’ 계엄사령부 포고문 내란죄 구성
내란죄 불소추특권 적용 안돼 … 윤 대통령 수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전격적으로 선포했으나 국회 해제 요구 의결로 6시간 만에 끝나버린 비상계엄령은 애시당초 요건을 갖추지 못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는 내란행위로 볼 수 있어 탄핵사유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4일 새벽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애초에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그 자체 위헌, 위법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한 계엄 선포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면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근거로 제시한 건 야당의 정부 관료 탄핵추진과 예산안 삭감 정도다. 행정부로서는 업무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시나 국가비상사태로 보기에는 무리한 사유들이다.
대한변협도 같은날 김영훈 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위헌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과연 지금의 상황이 헌법이 말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말로써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내란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특히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발표한 포고문에 위법 요소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계엄사령부 포고문 제1호는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하는데 이건 내란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실제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군대가 동원돼 국회의 유리창을 깨고 국회로 진입했고, 경찰은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며 “내란죄와 주거침입죄, 재물손괴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등 다수 범죄가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모두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형법 87조에서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돼 있고, 91조에서는 국헌 문란의 목적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한다. 국회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문은 모두 국헌 문란에 해당되므로 내란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란죄의 경우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이라도 내란 혐의에 대해선 수사와 기소가 모두 가능한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 및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목적, 즉 국헌 문란의 목적 아래 이뤄진 폭동행위로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수사기관은 헌법파괴범죄를 범한 피의자 윤 대통령과 그에 협력한 군 관계자 등을 신속히 체포하고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홍·서원호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