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건강, 출산 넘어 전생애주기 관점으로 지원해야
지난 5월 한국오가논은 마라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퀴즈를 진행하면서 여성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다. 많은 여성들이 여성건강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체감했던 계기였다. 사회적으로 연일 저출산 이슈가 거론되었지만 여성의 가임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나이를 만 35세가 아닌 40세 이후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여성건강 연구와 치료법 여전히 부족
여성은 생애 전반에 걸쳐 월경, 임신과 출산, 폐경 등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이러한 변화는 신체에 많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동일한 질병에서도 남성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여성건강은 분절된 이벤트로 접근하기보다 전 생애주기적 관점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보고 삶의 단계에 따른 건강 이슈에 선제적이고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은 가족계획과 출산의 주체이자 핵심 경제활동 인구로서도 중추적 역할을 한다. ‘맥킨지건강연구소(MHI)’에 따르면 현존하는 여성건강격차를 해소할 경우 204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1398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급격한 인구변화로 국가 경쟁력과 미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여성건강에 대한 의학적 연구 및 치료 해법은 여전히 부족하다. 헬스케어 산업 전체 연구개발 중 여성건강에 초점을 맞춘 투자는 단 4%에 불과하다. 여성의 건강문제와 영향에 대한 분석과 연구도 미진하다. 또한 올바른 정보 소통의 부족, 사회적 편견, 경제적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히며 여성들은 생애주기의 매 단계마다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지만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저출생 해법을 모색하며 여성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임신 출산은 물론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고, 가임력 보존과 검사 등 생식건강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필수적인 가족친화적 근로환경을 위한 지원책도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여성건강 지원 논의는 출생률 증가를 위한 것을 넘어 더 나아가야 한다.
국가전략 차원서 여성건강 다뤄야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여성 생애주기 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성장 방안으로 여성건강을 지목해 임신·출산, 피임, 난임 등 자유로운 성재생산 의사결정을 위한 정책권고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백악관 산하 여성건강 연구 전담기구를 발족해 생애 전반의 건강문제를 연구하고 올해는 여성건강 솔루션 개발에 1억1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영국 호주도 여성건강 증진과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10개년 국가 전략을 실행 중이다.
여성건강 증진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 뿐만 아니라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감소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영유아, 청소년기부터 폐경기 이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건강 관리에 대한 사회 문화적 인식을 높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를 마주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가 협력해 여성건강 증진을 위한 통합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