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위기에 빛난 노련한 리더십
‘월담’ 후 계엄 해제 끌어내
조 국, 탄핵안 선도적 준비
12.3 비상계엄의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활동이 주목 받았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을 진입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본회의를 이끌어 계엄 해제 결의안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우원식 의장은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약 30분 만인 오후 10시50분쯤 국회에 도착했다. 계엄 선포 후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문을 폐쇄해 출입을 제지당하자 1미터 남짓의 국회 담장을 넘어 본청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시58분 국회 담장을 넘은 우 의장은 이후 본청 의장 집무실에서 시간과 싸움을 이어갔다. 우 의장은 자정께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선포에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 하겠다”면서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준비했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의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은 “당장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하자”면서 우 의장을 재촉하기도 했다.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개회를 준비하던 우 의장이 “절차적 오류 없이 (의결)해야 한다.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면서 자제하는 모습을 비치기도 했다.
이후 0시 47분에 본회의를 개의했고, 우 의장은 오전 1시쯤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의원들의 박수가 이어졌고 “잘했다”는 의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도 침착한 행보를 이어갔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상계엄이 공식 해제될 때까지 본회의 산회 대신 정회를 선포했다. 공식 해제 때까지 본회의를 계속 열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뜻이었다. 해제 선포가 나오지 않자 오전 4시 긴급 담화를 통해 대통령에 계엄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오전 4시 30분에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됐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이를 확인한 우 의장은 5시 50분께 회의를 멈췄다.
우 의장은 페이스북에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부딪혔기에 민주주의 최후 보루는 국회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면서 “김근태 형님의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속으로 ‘형님,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세요’라고 다짐했다”고 적었다.
우 의장은 당분간 공관으로 퇴근하지 않고 본청 집무실에서 비상대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국 대표 등 조국혁신당의 발빠른 대응도 눈길을 끌었다. 계엄선포 후 조 대표와 혁신당 의원 12명 모두 국회로 들어와 계엄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가했다.
4일 오전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탄핵 추진을 논의할 때 이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마련해 야권 협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야당은 조국혁신당이 마련한 소추안 등과 민주당 안 등을 병합해 이날 야 6당과 무소속 의원 등 191명이 참여한 탄핵안을 발의해 5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조 대표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윤 대통령의 불법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이 자체(비상 계엄 선포)만으로도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5개 야당의 ‘윤 대통령 사퇴 촉구·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에서 “대통령 자리에 앉아 무슨 일을 할지 도무지 가늠이 안 되는 사람”이라며 “이제 그를 대통령 자리에 잠시라도 놔둘 수 없다”면서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