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질서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
판·검사도 내부망에 ‘비상계엄’ 비판글
“검사탄핵 비판 수뇌부, 왜 침묵” 지적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법원과 검찰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지휘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박병곤 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위헌적 쿠데타 시도”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판사는 “어떤 이유를 붙이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누구도 국가로부터 불법 구금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저버리며, 헌법을 통해 국민 모두가 합의한 민주적 기본질서를 짓밟은 폭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계엄사령부가 계엄 포고령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한 것과 관련해 “법원의 기본적 권능을 무시하려 한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는 사법권 독립에 대한 침해”라고 강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응을 요청했다. 박 판사는 “대법원장이 ‘어떤 경우에도 법원은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며 어떤 형태의 헌정질서 파괴 시도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셔야 한다”고 했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도 같은 날 코트넷에 글을 올려 계엄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했다.
김 판사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와 4일 새벽 대법원장 주재 회의에서 대법원은 대외적으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비상계엄 해제 발표 후에서야 ‘계엄이 해제돼 안도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면서 “위헌·위법의 무효한 계엄 선포를 알 수 있었음에도 국민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 기관으로서 비상계엄에 협조하지 않을 의지를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해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원의 미숙하고 잘못된 대응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관련자 책임 추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계엄선포와 관련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태훈 서울고검 공판부 검사는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그에 기한 병력 전개와 사령부의 조치들은 내란죄 여부를 논하기 전에 검찰에 직접수사 권한에 포함되도록 개정된 대통령령에 따른 직접수사 범위인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발령행위가 위헌·위법이 명백하다면 대통령을 제외하고도 그 준비와 실행에 관한 즉각적인 수사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그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대해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명백한 위헌·불법 아닌가요”라며 “아직도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초현실인지 여전히 어리둥절하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류혁 법무부 검찰관은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그는 “계엄선포 직후 법무부에서 관련 회의를 하려고 해 사표를 제출했다”며 “시대착오적인 계엄 관련 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업무 지시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위헌·위법적 계엄을 선포한 사람도 문제지만 이를 막지 못한 참모들도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내에선 검사 탄핵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검찰 수뇌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수도권 지역 검찰청 검사는 “국회의 검사 탄핵에 대해선 위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검찰 수뇌부가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인 계엄 선포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검사 탄핵이나 계엄선포가 모두 헌법에 위배된다면 똑같이 비판을 해야 일관성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