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판결문으로 본 ‘윤석열 계엄령’
윤 대통령, 내란죄 가능성 높아져
대법원 “전, 병력으로 국회봉쇄 … 국헌문란 폭동”
법조계 “윤, 계엄군을 폭동 수단으로 사용” 해석
‘전두환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전씨와 동일한 ‘내란죄’로 고소·고발을 당했다.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윤 대통령이 3일 늦은 밤 벌인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격이다. 윤 대통령이 대학재학시절 ‘모의재판’에서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는 일화가 있어, 두 사람의 인연이 묘하다.
●대통령도 내란죄는 형사처벌 =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직 중의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이 있다고 헌법은 정한다. 하지만 내란죄 등을 범하면 현직 대통령도 형사처벌된다. ‘대통령에 내란죄’가 도입된 것은 군대를 동원한 이른바 ‘친위 쿠테타’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반란수괴’ 전두환씨가 사례이다. 당시 전씨에 대해 법원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윤관 대법원장, 1997년 선고)가 전씨의 반란과 내란 수괴죄 등 혐의에 대해 선고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에게 어떤 죄가 적용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
전씨의 반란 및 내란수괴죄는 1979년 12.12 군사반란에서부터 1980년 5.18 내란을 거쳐 비상계엄이 해제된 1981년 1월 24일까지 456일동안의 범행에 관한 것이다. 전씨는 이 계엄령 기간 중 권력을 장악해 1980년 9월 1일 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대법원은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로 하지 않고 폭력으로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어 (전씨의)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5.18)의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행위로 돼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며 “그 당시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우리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금지해 상당 기간 국회가 개회되지 못했다면 국회 권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며 전씨의 행위를 내란죄로 판단한 원심의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전원합의체가 전씨는 ‘국헌문란 폭동’을 일으킨 것에 해당한다고 본 것인데, 폭동에 의한 국헌문란죄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행·협박행위를 하면 인정된다.
●전두환 국회 병력봉쇄에 대법 “국헌문란 해당” = 이에 법조계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무장병력을 헌법기관인 국회에 난입시킨 것부터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의결)를 받지 못하면 즉시 해제하도록 한 전씨의 계엄령 때와 달라진 1987년 개정 헌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계엄군이 국회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고 봉쇄를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을 발표한 순간부터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계엄군이 국회를 봉쇄한 것,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은 것 등은 모두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죄는 폭동이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계엄군을 폭동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충분해 보인다”며 “이번 비상계엄은 헌법파괴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계엄법 4조와 7조를 놓고 보면, 계엄법은 입법부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내란죄 요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유로 거론하는 탄핵 상황은 전시와 사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 권한 오·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재판에서 신군부의 폭동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내란죄의 폭동은 최광의의 폭행·협박”이라며 “비상계엄 선포는 후속조치와 불가분적으로 이어져 헌법기관을 강압할 수단이 되므로 폭동으로서 협박행위”라고 판단했다. 전씨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이 판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그 후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이 국회의 정치행위뿐 아니라 언론·출판과 집회 행위를 금지한 포고령 발표자체도 협박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 적용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록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대통령 탄핵 요건이 되는 위헌적 계엄권을 발동했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이번 계엄은 여권은 물론 대통령 비서실장도 모르고 있었다. ‘내란의 음모’라고 보기 어렵다”며 “현직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