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하야·개헌·임기 완료…윤 대통령 운명은
야, 7일 탄핵표결 추진 … 여, 기권으로 부결 꾀할 듯
하야·개헌 가능성 낮아 … 민심 외면, 임기 완주도 힘들어
“민심 악화·경제 불안·야권 공격 버틸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시도했다가 민심과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남겨진 운명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에게 가능한 운명의 시나리오로는 △탄핵 △하야 △임기단축 개헌 △임기 종료까지 버티기가 꼽힌다.
윤 대통령은 탄핵과 하야, 임기단축 개헌을 거부하면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버티겠다는 심산이지만 분노한 민심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 종국에는 탄핵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야권은 5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에 돌입했다. 표결은 7일 실시될 예정이다. 탄핵은 국회의원 재적 2/3 찬성으로 가결된다. 국민의힘 의원(108명) 중 최소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4일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에서 “(여당) 의원 108명의 총의를 모아 반드시 부결시키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지는 탄핵 표결의 성격상 자칫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해 단체 기권을 통해 부결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출신 인사는 “보수에게는 탄핵 트라우마가 강하다. 탄핵을 당하면 다음 대선을 사실상 포기해야하고, 대통령 뿐 아니라 보수진영 전체가 고초를 겪게 된다. 여당 의원들이 탄핵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스스로 내려놓는 하야와 본인의 임기를 1년 이상 단축하는 개헌의 운명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럴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4일 당·정·대와의 면담에서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야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여당에서는 하야를 놓고 이해가 엇갈리는 눈치다. 여당 핵심당직자는 “하야를 하면 불과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재집권을 바라는 여당으로선 받을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앞서 박근혜정부 출신 인사는 “탄핵보다는 하야가 낫다. 대통령 혼자 뒤집어쓰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종료 때까지 버티는 시나리오도 이론상은 가능하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탈당 △국방부장관 해임 △내각 총사퇴를 통해 분노한 민심을 다독이자고 제안했다고 여권 한 인사가 전했다. 윤 대통령에게 임기 종료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일종의 민심 수습책을 제공한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마저 거부했다. 탈당은 모르쇠했고, 5일 김용현 국방장관에 대해 해임 대신 의원면직을 재가했다. 한 대표는 이날 “이번 (계엄) 사태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며 “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말했다. 친한 당직자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완전히 무너졌다. 탈당하고 거국내각이라도 구성하면 어떻게든 시간을 벌 텐데, 그나마 거부하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택할 수 있는 하야와 임기단축 개헌의 운명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민심 수습책조차 외면한다면 종국에는 탄핵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7일 예상되는 탄핵 표결을 부결시킨다고 해도, 야권의 반복될 탄핵 시도를 언제까지 피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여권 인사는 “민심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 야당의 탄핵 공세를 언제까지 피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