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서 운명 엇갈린 당정대 인사들

2024-12-05 00:00:00 게재

한동훈, 저지 앞장 … 오세훈·박형준·안철수 반대 표결

불참 친윤·들러리 내각·군 ‘충암라인’ 책임론

윤석열 대통령이 초래한 비상계엄 사태는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주요인사들의 운명도 갈라놨다. 계엄 저지에 앞장선 이들은 여론의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계엄을 사실상 방관했거나 심지어 주도한 이들은 정치적·법적 책임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3일 밤 계엄 사태가 급작스럽게 터지자, 당정대 주요인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 담화 직후 SNS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막겠습니다”라고 올린 뒤 계엄 저지에 적극 나섰다. 친한 의원들을 당사에 집결시킨 뒤 직접 인솔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여당 의원 18명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막는 데 일조했다. 여당 대표였지만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잘못된 것”으로 규정한 뒤 막는 데 앞장서면서 윤-한 갈등 부담감을 감내한 것이다.

여권 차기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도 윤 대통령의 계엄 담화 직후 계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 의원들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국회 진입이 안 돼서 표결을 못했다”고 해명하지만, 야당 의원들과 친한 의원 190명은 본회의장에 들어가 표결에 참여했다. 용산 눈치를 보느라 표결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대목이다.

내각은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제기된다. 한덕수 총리와 일부 장관들은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놨다고 하지만 윤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여권 인사는 4일 “국무위원들은 나중에 법적·정치적 책임을 면제받으려 했다면, 이때 그 자리에서 사표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무위원들이 계엄 추진의 들러리가 됐다는 것이다.

계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 ‘충암고 라인’은 법적 책임은 물론 역사적 심판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