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보팔참사 고통, 40년 지난 지금도 계속돼

2024-12-06 13:00:06 게재

유독가스 피해자들 미미한 보상

생존자도 각종 장애, 처벌 안받아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인도 보팔참사 발생 40년이 지났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지금도 계속된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1일 지적했다. 보팔참사 발생은 지금부터 40년 전인 1984년 12월 2일 자정이다. 인도 보팔시 한 살충제 공장의 저장탱크에서 매우 유독한 가스인 메틸 이소시아네이트(MIC)가 누출됐다. 하룻밤 동안 27톤의 맹독가스가 도시전체에 소리 없이 퍼져나갔다.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고 후 3일 이내에 최대 1만여명이 사망했고, 그 후 직접적인 결과로 1만2000명이 더 사망했다.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여전히 부상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 이 가스의 독성 영향은 다음 세대에 걸쳐 계속되고 있다.

그 살충제 회사는 미국회사인 유니언 카바이드였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40년이 지났지만 생존자들과 사망자 가족들은 여전히 적절한 보상을 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느리기로 악명 높은 인도 법원은 이 사건에서 특히 그랬다. 유니언 카바이드 워렌 앤더슨 회장은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하던 중 체포됐으나, 미국 정부 압력으로 같은 날 풀려났다. 그후 미국으로 건너간 앤더슨은 2014년 사망할 때까지 조사나 재판을 받기위해 인도로 돌아가지 않았다.

2010년, 무려 26년에 걸친 법적 소송 끝에 유니언 카바이드의 인도 자회사 인도 직원 7명이 참사에 책임을 물어 징역 2년과 벌금 약 2000달러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항소심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그들 중 누구도 감옥에 갇히지 않았다.

2001년 세계 최대 화학회사 중 하나인 다우케미컬이 유니언 카바이드를 인수했다. 2004년부터 무려 20년 동안 인도 법원은 다우가 형사절차에 참석하도록 여러 차례 소환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2023년 5월이 돼서야 미 법무부가 다우에 소환장을 송달했다. 마침내 이 회사가 보팔법원에 출두했을 때, 법원은 미국회사에 대한 관할권이 없으며 유니언 카바이드의 인도 자회사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려는 피해자들의 노력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피해 보상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1989년 인도 정부는 피해자들이 요구했던 33억달러의 극히 일부인 4억 7천만달러에 일방적으로 합의했다. 이 액수는 단지 3000명만이 사망했고 10만여명만이 영구 장애를 입었다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생존자들은 단돈 500달러를, 사망자 가족들은 2000달러를 받았다. 활동가들은 정부가 사망자 수와 부상 정도를 과소평가해 전체 피해 청구서를 유니언 카바이드가 제시한 금액에 맞추었다고 주장한다.

가스 누출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 안과 질환, 면역체계 약화 등 여러 만성질병에 시달린다. 더 문제는 사고 현장에 독성이 남아 있는데도 여전히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점이다. 유니언 카바이드는 주변 지역 청소를 완료하지 않았고 1998년에 부지는 주정부로 넘겨졌다. 수천톤의 유독성 폐기물에 오염된 지역에 약 15만명의 사람들이 위험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싸기 때문에 여전히 그 지역에 계속 살고 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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