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첫 10만 달러 돌파…당국, ‘코인 규제 완화’ 속도내나

2024-12-06 13:00:04 게재

가상자산위원회, 조만간 ‘법인 투자 허용’ 결정 전망

내년 현물 ETF 승인 여부도 논의 대상에 오를 듯

글로벌 코인 시가총액 5100조원, 20여일 만에 900조원↑

비트코인 가격이 5일 첫 10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글로벌 코인의 시가총액이 5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4200조원을 기록한 이후 20여일 만에 900조원이 증가하는 등 상승 추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글로벌 코인 시장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코인 시장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일일 거래액이 한때 50조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 선을 돌파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11시 38분께 10만 달러를 찍었고, 정오 기준 상승 폭을 높여 10만1553달러에서 거래됐다. 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6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전 세계 코인시장 시가총액은 3조6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원화로 51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달 14일 3조달러를 기록한 이후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가상자산을 강하게 옹호해 온 '폴 앳킨스'를 지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5일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가상자산 시장에 규제를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한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완화의 속도가 빨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는 여러 차례 ‘실무 워킹그룹’ 회의를 진행하면서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허용’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인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해줘야 하는데, 현재 개인에 대해서만 실명계좌 발급이 가능하고 법인은 막혀있다. 실명계좌 발급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것으로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은행들이 코인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을 평가해 거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원화로 코인거래를 할 수 있는 국내 거래소는 5개(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뿐이다.

가상자산위원회는 조만간 법인 투자 허용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법인 투자 허용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은행들이 거래소들과 법인 계좌 개설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법인의 코인 투자가 가능해질 수 있다.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고객확인절차(KYC)와 자금세탁방지제도(AML)를 강하게 적용하면서 코인거래소들의 법인 계좌 발급을 허용하고 있다. 법인들의 가상자산 보유액은 점차 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미국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가 장중 1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1비트코인 가격을 10만달러로 했을 때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평가액은 331억달러(한화 약 46조원)에 달한다.

미국 일부 거래소에서는 법인 계좌 거래량이 전체의 60%에 달하는 등 비중이 크다. 국내에서도 법인 계좌가 허용될 경우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 일변도의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 시키면서 1차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위원장을 맡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제는 무조건적인 두려움이나 믿음에서 벗어나, 국민의 인식과 기대에 부응해 가상자산의 미래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위원 여러분께서는 새로운 기술이 국민에게 이롭고 우리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혁신’을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법인 계좌 허용과 관련해 정책 방향을 결정한 이후 내년에는 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FT) 승인 여부가 논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주로 가상자산 사업자 진입·영업 규제,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을 포함한 ‘2단계 가상자산법 추진방향’이 논의 대상이지만 시장의 관심은 EFT 승인 여부에 쏠려 있다.

미국의 경우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부했지만 법원의 취소 명령에 따라 올해 1월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허용했다. 이후 SEC는 올해 5월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위한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제도권 밖에서 거래됐던 코인이 ETF라는 간접투자 방식을 통해 제도권 시장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ETF의 중개는 허용되고 있는 반면 현물 ETF의 발행이나 중개는 금지돼 있다.

법인 계좌 허용 여부와 마찬가지로 현물 ETF가 승인될 경우 국내 증시 자금이 상당 부분 코인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 투자 등에 쓰여야할 자금이 생산성이 없는 코인 시장에 들어갈 경우 자원의 비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 미 대선 영향으로 글로벌 코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 자금이나 예금 등이 대거 코인 시장으로 옮겨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자금이 몰리는 미국 시장과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대대적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선 금융당국으로서는 가상자산 규제 완화가 정책 방향에 역행하고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모든 이슈들을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다만 EFT와 관련해 논의할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법인 계좌 허용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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