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김용현, 계엄선포 4시간 30분 전 통화
대통령실 호출 받고 상경 중
계엄선포 사실 인지시점 추정
국무회의 회의록 부재도 논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4시간 30분 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이 이번 계엄 선포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만큼 이 장관도 계엄 선포를 이 시점에서 알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장관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국무회의에 참석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6일 행안부는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이 장관이 3일 오후 6시쯤 김 전 장관의 전화를 30초가량 수신했다고 밝혔다.
통화가 이뤄진 시간은 이 장관이 대통령실 호출을 받고 KTX를 이용해 울산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울산역에서 서울역까지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이 장관은 오후 5시 43분 울산역을 출발해 8시 3분 서울역에 도착하는 열차를 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과 김 전 장관이 충암고 선후배 사이인데다 비상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국무위원이라는 점에서, 이 장관이 계엄 선포 추진 사실을 이 통화를 통해 알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이 이보다 앞서 대통령실 호출 전화를 받았을 당시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울산에서 17개 시·도 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두겸 울산시장이 배석했다. 하지만 회의를 주재하던 이 장관은 5시 10여분쯤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이탈했고, 그 뒤에 회의에 돌아오지 않고 서울로 향했다. 참석한 부단체장들은 모두 행안부 출신 고위공무원인 만큼 당시 이 장관이 받은 전화가 ‘용산발’이라고 짐작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통상 통화 후 다시 돌아와 인사를 하고 이석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돌아오지 않았다”며 “급한 일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계엄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회의 중 자리를 뜨면서 송미령 농림부 장관에게조차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송 장관은 이날 회의에는 끝까지 있었지만 예정돼 있던 공식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고 서울로 향했다. 역시 국무회의 소집 통보를 받고 이동한 것이다. 이 장관과 송 장관이 전달받은 시차는 1시간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오후 계엄 선포 심의를 위해 진행된 국무회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논란거리다.
내일신문 취재 결과 국무회의 업무를 담당하는 행안부 의정관은 이날 국무회의 개최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 따라서 김한수 의정관은 물론 의정담당관 등 업무를 담당하는 행안부 직원 누구도 참여하지 않았다. 관련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이날 국무회의는 이번 계엄사태의 절차적 적법성을 따지는 첫번째 요소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국무회의 정족수를 충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장관은 국무회의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임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원들의 참석 여부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 장관은 이날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무회의 개최 여부를 따져 묻자 “누군가 인원수를 세 정족수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만 답했다.
이 장관은 국무회의 회의록 작성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쯤 걸리는 절차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의록은 회의 요지만 기록되는 만큼 당시 녹취록이 없는 한 대통령실이 전달하는 내용을 그대로 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무위원들이 회의 과정을 복기해 공개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누구도 이날 회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무위원들은 참석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정족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내란죄 성립 가능성이 제기되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장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명단 등이 담긴 회의록은 곧 행안부 누리집에 공개될 것”이라면서도 “통상적으로 국무회의 녹취록은 없을 테고, 회의록엔 회의 요지만 적히는 것이지, 개별 인물들의 발언이 담기진 않는다”고 밝혔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