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전모의 문건 공개 … “적 침투시 주민 통제 불응하면 지역계엄 발령 가능”
민주당, 방첩사 작성 ‘계엄사-합수본 운영 참고자료’ 공개
‘오물풍선 원점타격 지시’ 제보와 맞물려 “국지전 유도” 해석
포고령은 1980년 5.17때 참고 … ‘처단’ 등 용어 사용
“국보법 위반 범죄 민간인까지 영장없이 체포, 수사대상”
“하급조직 명령 받아 11월 작성, 결심 … 3월부터 준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첩사령부의 ‘계엄사-합수본 운영 참고자료’ 문건을 확보해 분석내용을 공개했다. 추 의원은 이 문건은 11월에 작성 완료돼 보고됐지만 실제 계엄 검토는 올 3월에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추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은 군을 이용해 국회를 폐쇄하고 부정선거를 구실로 국회를 해체시키려 했다”며 입수한 문건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 문건은 윤석열 내란이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한 정황을 담고 있는 증거”라고 했다.
이 문건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직접 지시한 후 방첩사 비서실에서 작성해 지난 11월경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결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서는 ‘계엄‧통합 방위 동시 발령’ 상황을 자세하게 다뤘다. 이는 국지전 유발을 통한 비상계엄 선포를 유도하려고 했다는 야당의 주장과 다소 일치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통합방위 세부시행지침을 세세하게 확인하면서 ‘계엄-통합방위 사태가 함께 선포될 수 있는지’를 살폈다. 통합방위사태는 적의 침투나 도발, 그 위협에 대응해 선포하는 단계별 사태다. 이 경우 국방부 장관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은 즉시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통합방위사태 선포를 건의해야 한다.
이에 관련해서는 “통합방위사태와 계엄은 별개의 개념으로 적의 침투 및 도발과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같은 시기에 선포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로 “적 침투에 따른 통합방위 사태시 주민소개 등 통제에 불응하면 지역계엄을 발령할 수 있다”고 했다. 통합방위 사태로 주민들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계엄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소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엄-통합방위 사태’가 같은 시기에 발령될 경우 방첩사령부의 어려움을 검토하기도 했다. “단위부대(방첩과)의 경우 사안에 따라 합동수사단, 지역합동정보조사팀 간사, 지역정보센터 간사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며 “단위부대가 각각의 임무 수행시 장소 선정 및 인력 운영 등 실제로 업무가 가능한지 계획의 완전성, 실행력 차원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계엄과 통합방위의 목적, 법령, 시행시기, 시행기관, 시행요소, 성격, 주민통제 범위 등을 구분해 검토했다.
전날 이 문건 내용을 공개한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방첩사가 통합방위 사태를 계엄과 함께 검토한 것으로 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국지전 발발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실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전인 지난주 김명수 합동참모본부의장에게 ‘북에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위해 북한 지역에 물리적 타격을 가하면 북한에게는 선제타격으로 인식해 곧바로 국지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조치로 해석된다.
포고령 초안은 1979년 10.26 사태와 1980년 5.17 당시의 포고령을 참고해 작성된 정황도 확인됐다. 참고사항에 나와 있는 5.17 당시 계엄포고령 10호 전문(계엄사령관 육군대장 이희성)에서는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고 정치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체 금지하는’ 내용과 함께 ‘언론 출판 보도 및 방송은 사전검열을 받아야 한다’거나 ‘태업 및 파업행위를 일체 금한다’, ‘유언비어의 날조 및 유포를 금한다’ 등이 포함돼 있었다. ‘본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없이 체포 구금 수색하며 엄중 처단한다’는 경고문도 들어가 있었다. ‘처단’ 등 이번에 나온 포고령 1호와 흡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추 의원은 “과거 사례를 통해 군사적 통제 방안을 세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 문건에는 계엄선포와 관련한 법적 절차, 계엄사령부의 구성 및 역할, 합동수사본부 설치와 기능 등 구체적인 계획이 상세히 들어가 있다. 계엄 선포 때 국회의 해제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 계엄 사령관 임명 절차, 치안유지와 정보 통제 계획 등도 포함돼 있었다.
또 헌법 및 계엄법에 따라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정도 이미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의원은 “국회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검토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계엄사령부의 구성과 관련해 계엄사령관으로 합참의장이 아닌 각 군 총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지명된 것도 일치되는 대목이다.
비상계엄 발령시 특별조치권을 통해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에 대해 영장없이 체포가 가능하고 형법상 내란 외환 또는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해서는 민간인까지 수사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추 의원은 “11월에 하부단위에서 작성, 결심 받은 문건이므로 상당기간 전에 검토지시가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유로 예산 등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것처럼 돌발, 우발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준비돼 왔던 것”이라며 “윤석열 내란이 사전에 모의됐다는 이 문건이 확인된 만큼 국민의힘도 즉시 윤석열 탄핵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수본 등에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내란 사전 준비 계획이 명확히 확인된 만큼, 이를 기획하거나 실행에 관여한 책임자들은 내란행위로 탄핵‧처벌돼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계엄사-합수본 운영 참고자료’는 방첩사가 사전에 계엄을 철저히 준비했다는 증거”라며 “해당 참고자료가 계엄 전 최소 1주일 전에 작성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보고됐다는 점에서, 언론에서 계엄 사실을 알았다는 여 전 사령관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