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산하라”
국회 ‘탄핵 무산’에 들끊는 민심
한덕수·한동훈 대국민 담화문에
홍준표 “너(한동훈)도 내려오라”
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가 무산된 것을 규탄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시민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 구속’ ‘내란 공범 국민의힘 해산’ 등의 구호를 외치며 궐기대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야 광역단체장들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발표한 ‘정국수습’ 담화문에 대해 “누가 권한을 위임했냐”며 강하게 바판했다.
8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은 8일 오후 4시 5.18민주화운동 항쟁지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 구속과 국민의힘 해체를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5차례 집회를 가진 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시민 1000여명(주최측 추산)과 함께 “탄핵안 처리를 무산시킨 국민의힘 행태는 탄핵의 수괴가 윤석열이고,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 세력임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힐난했다.
비상행동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은 어불성설이며 국민은 사익을 추구하고 내란에 동조하는 정당에 국정을 위임한 적 없다”면서 “다시는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정치세력이 판칠 수 없는 정치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비상행동은 오는 9일 민주 원로 긴급회동에 이어 10일 비상행동 전체 대표자회를 통해 윤석열 즉각 퇴진과 구속, 국민의힘 해체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며, 14일 최대 규모 시국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보수 텃밭’ TK에서도 탄핵 촉구 집회
대전에선 대전촛불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1500여명이 시민들이 이날 오후 3시부터 대전역 서광장에 모여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내란공범 국힘당 해체 대전충청 유권자대회’를 개최했다. 대전시민들은 “범국민 탄핵항쟁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 “탄핵거부 내란공범 위헌정당 국힘당을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한 후 오후 5시쯤 거리행진을 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는 절반 이상이 10·20대 젊은층으로 최근 집회 참석자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대전지역 대학생 송 모(23)씨는 “비상계엄 이후 국회로 가려했지만 시험기간이라 고민했는데 대전역에서 열린다고 해 참석하게 됐다”며 “여당 국회의원들이 투표 자체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저들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말이라 가족단위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6학년 딸, 아내와 함께 참석한 대전 서구 관저동에 사는 박 모(50)씨는 “외국에서 일을 하다가 최근 귀국했는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이어져 참을 수 없어 나왔다”며 “딸에게 민주주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는 9일부터는 다시 기존 집회장소인 은하수 네거리에서 매일 오후 7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보수 텃밭’ 대구·경북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이어진다. 대구지역 85개 시민사회단체·노동·정당 등이 연대한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회의’는 오는 9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대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대구시국회의는 “내란수괴범 윤석열이 대통령 직무를 이어가게 됐고 탄핵 반대를 택한 국민의힘은 이제 내란동조범이 됐다”며 “내란범죄자들에 맞선 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9일에 이어 오는 11·14일에도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7일 대구 동성로 집회에 당초 수천여명이 참석했으나 탄핵소추안 부결 소식을 접하고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가 2만여명(주최측 추산)으로 불어났고 국민의힘 지지 철회와 당 해체를 요구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2017년 촛불집회 때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몰렸는데 70%가 청년들이었고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보다 대구시민들이 더 실망하고 성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북에선 안동지역 1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안동시국행동이 오는 14일부터 안동문화의거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기로 했고 ‘윤석열 탄핵 울진군민행동’도 다음주 집회를 열 계획이다.
부산에선 이날 오후 5시 시민 1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서면 쥬디스태화 사거리에서 전포방면 네거리 약 200m에 빽빽이 모여 앉아 ‘윤석열 퇴진’ ‘윤석열 즉각체포’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집회 후 ‘윤석열 즉각퇴진’을 외치며 부산진구 서면과 동천로 일대를 행진했다. 집회 주최측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평일은 오후 7시, 주말은 오후 5시 서면 일대에서 매일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원도에서도 궐기대회가 열렸다. ‘윤석열 정권 퇴진 원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3시 원주의료원 사거리에서 제1차 시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했고 ‘윤석열 탄핵 강릉비상행동’도 같은 날 오후 6시 30분 강릉월화거리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원주운동본부는 “국회에서 탄핵이 일단 부결됐지만 멈추지 않고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며 국민의힘 해체 투쟁도 시민들과 조직해 나가겠다”며 “부끄러운 과오를 남긴 박정하(원주갑) 의원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대표가 무슨 권한으로 국정 주도하나?”
한편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함께 정국을 수습하겠다고 밝힌 담화문에 대해 여야 광역단체장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동훈 대표를 향해 “그러지 말고 너도 내려오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건 초보 대통령과 초보 당 대표 둘이서 반목하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 아니냐?”며 “니(한 대표)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그건 탄핵 절차밖에 없다. 탄핵은 오락가락하면서 고작 8표를 미끼로 대통령을 협박해 국정을 쥐겠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면서 “탄핵사태까지 왔으면 당연히 당 대표도 그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홍 시장은 “만약 탄핵 되더라도 용병 윤통이 탄핵된 것이고 한국 보수진영이 탄핵된 게 아니다. 우리는 용병 하나 선택을 잘못했을 뿐”이라며 “기죽지 말고 당당히 대처하자”고 말했다.
야당 단체장들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에 대해 “무효이고 위헌”이라고 경고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정부와 여당은 국정을 주도할 능력과 자격을 상실했고 한 총리와 한 대표가 만난다고 경제도 국격도 회복되지 않는다”며 “시간 끌기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질서 있는 퇴진은 국민 기만”이라며 “경제 재건과 국격 회복의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즉시 퇴진, 즉시 탄핵뿐”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무슨 권한으로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무효이고 위헌”이라고 경고했다. 강 시장은 “한 대표가 대통령 사퇴 시기를 정하는 것은 헌법 교란 행위”라며 “한동훈은 대통령 놀이를 멈추고 헌법으로 돌아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