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길어진 탄핵정국, 깊어진 지방의 한숨

2024-12-09 00:00:00 게재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가 여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언론은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한다. 이처럼 불법계엄에 대한 조기수습이 어려워지고 탄핵정국이 길어지면서 국가신인도 하락 등 ‘계엄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어리석은 판단 때문에 피땀 흘려 일궈온 세계 10위권 대한민국이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다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지방의 사정이 더욱 어렵게 됐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생산공정마저 축소하는 마당에 계엄 후폭풍까지 더해지는 비상상황에 직면했다. 이달 중순 사우디아라비아 중소기업청이 전북자치도를 찾아 현지 진출 등을 협의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상황을 이유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탄핵정국이 길어지면서 이런 상황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미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전남 여수 석유화학단지에선 평균 공장 가동률이 70%대로 떨어졌다. 이차전지 기업들이 들어선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전기자동차 일시적 수요 정체로 적자기업이 늘고 있다. 건설업 비중이 높은 광주 역시 부동산 경기침체로 기업 도산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다른 지역도 정도만 다를 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예기치 않은 비상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기업 및 투자유치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적절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지방정부 힘으론 한계가 있지만 신속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려는 노력이 절실할 때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의 사정을 꼼꼼히 살피고 과도한 요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 지연에 따른 초유의 준예산 편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오는 31일 자정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편성하는 임시예산이다.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면 공무원 인건비와 아동수당 등 기본적인 예산만 집행된다. 반면 저소득층 지원이나 신규 사업에 배정된 예산 집행이 불가능해진다. 지방재정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은 곧바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예산안이 예정대로 10일 통과되더라도 신속 집행을 늘려 사회안전망을 공고히 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을 적극 도와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모두가 어려운 비상상황에선 불필요한 갈등을 최대한 줄이고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갈등을 줄이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혜와 힘을 한데 모으는 게 급선무다.

방국진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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