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즉시 하야 없다면 즉각 탄핵이 답이다
윤석열발 불법 비상계엄 이후 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오전 회동 후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을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했다. 앞서 검찰은 계엄 핵심용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체포, 동부구치소에 구금했다. 얼핏 보면 불법계엄에 대한 수습책들이 발빠르게 진행되는 듯하다.
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제2 계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국민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7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무산되면서 실질적 법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제어할 장치를 아직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무정지시키지 않으면 계엄 가능성 여전
윤 대통령은 7일 국회의 탄핵표결에 앞서 짧은 대국민담화에서 “제2의 계엄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의 말을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그동안 황당한 궤변으로 계엄 정당성을 설파하고 툭하면 거짓말을 일삼아서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계엄 당일날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고 전화를 했다”고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한 적 없다’고 발뺌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여전히 국군 통수권자다. 자신의 임기와 국정운영 권한을 당에 일임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헌법적 근거가 없다. 대통령의 권한 대행은 궐석이나 유고, 법적조치 때만 가능하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제2 계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즉시 하야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는 지금 탄핵이 유일한 답이다.
여전한 계엄군 책임자들의 존재도 우려를 더한다. 12.3 불법계엄에서 핵심역할을 한 군부대는 ‘충암파’ 여인형이 사령관으로 있던 국군방첩사령부였다. 불법계엄을 모의했고, 주요 정치인의 체포를 지시한 사실이 여러 증언으로 드러났다. 여론이 들끓자 국방부는 여 사령관을 직무정지시켰다. 하지만 그를 대기발령시킨 장소는 대통령실에서 불과 몇100m 떨어지지 않은 국방부다.
또 불법계엄 책임자 중 현재까지 수감된 인사는 김용현 1명에 불과하다. 명령권자인 윤 대통령과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군을 출동시킨 이진우 수방사사령관, 곽종근 특전사사령관은 각각 지상작전사령부, 수도군단으로 대기발령시켰지만 역시 손발이 묶인 것은 아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미국은 윤 대통령에게 심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북한 특수작전부대인 707부대, 일명 ‘참수부대’를 아무런 통보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해 동원한 데 대해 격앙된 분위기라고 한다. 비상계엄 직후 미국의 최초 반응은 “심각한 우려(grave concern)”(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였다. 이어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켐벨 국무부 부장관), “한미동맹은 특정 대통령을 초월”(파텔 부대변인) 등으로 발언 수위를 높였다. 외교적 수사를 빼고 읽으면 ‘윤석열 아웃’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태도가 제2계엄 가능성을 백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12.3 불법계엄 당시에도 윤 대통령과 계엄수뇌부들은 미국에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불법계엄 주동자들이 모두 내란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커 죽기 살기로 무모한 시도를 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민주주의 감수성 각성한 국민 제2 계엄 막아낼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12.3 불법계엄이 그동안 무뎌졌던 국민의 민주주의 감수성을 다시 일깨웠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확인했고, 민주주의 선진국이 갑자기 후진국 수준으로 전락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포함 12.3계엄 주동자들이 제2 계엄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결코 성공시키지 못할 것이다. 각성된 국민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킬 어떤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낼 것이다. 그리고 12.3 불법계엄 당시 목격했던 것처럼 민주주의 세례를 받고 자란 이른바 MZ세대 군 일선 부대장과 장병, 경찰도 계엄저지에 한몫 거들 것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계엄이 발생한다면 한국경제도 국격도 나락으로 떨어질 게 분명하다. 불법계엄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건 야건 당면한 위기를 당리당략으로 접근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 그것은 역사와 주권자의 명령이다.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주권자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남봉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