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 도시 잘 뭉쳐야 잘 산다
뭉쳐야 산다. 일본의 간사이 광역연합이 좋은 사례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도쿄 중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했다. 오랜 논의 끝에 도쿄 일극주의 해소와 지방 살리기 차원에서 2010년 간사이 광역연합을 발족했다. 오사카와 교토, 고베 등 간사이 지역 6개 광역지자체가 참여했다. 간사이 광역연합은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각각 연합위원회와 연합의회를 두고 사무국이 실무를 맡는다. 관광·문화·스포츠 진흥은 물론 의료 환경보전 방재 자격시험·면허 등 7개 사무를 협력하고 재해가 발생하면 참여 지자체가 공동으로 대응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역연합도 특별지자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슈투트가르트와 인접 5개 광역지자체, 179개 기초지자체가 참여한다. 슈투트가르트 지역연합의 가장 큰 차별성은 독자성과 자율성이다. 별도의 연합의회를 구성하고 의원은 지역 주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한다. 집행부에 5개 행정 부서도 별도로 구성해 운영한다. 지역연합에 참여하는 자치단체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거버넌스를 갖췄다. 개별 지자체보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는 구조다.
국내에서도 메가시티, 혹은 광역도시 연합 논의가 활발하다. 덩치를 키워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전국 곳곳에서 지방도시 지역연합 봇물
수도권 집중과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위기는 갈수록 심각하다. 수도권은 국내 면적의 11%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2600여만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반면 지방 시군구 118곳은 인구가 줄어 소멸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수도권의 경제성장률 기여율은 51.6%에서 70.1%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3%p 이상 하락했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권 등 전국적으로 광역도시연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간사이 광역연합, 슈투트가르트 지역연합, 미국 미네소타 트윈시티 등 해외 사례 벤치마킹도 한창이다.
지난 10월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단체장은 충청광역연합을 출범키로 하고 공동 건의 및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대전시와 충남도가 통합 지자체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시선은 엇갈린다. 충청권 대통합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반쪽짜리 소통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뭉치면 산다. 하지만 어떻게 뭉치느냐가 관건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선언은 충청권 메가시티로 가기 위한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다만 단순한 행정통합 자체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정치적 지역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특별법 처리도 쉽지 않다.
더 큰 틀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의 행정체계가 과연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적합한 것인지, 지역별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행정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지역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국가 전체적 행정체계 개편 논의할 때
1987년 헌법체제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비상계엄 선포사태 등으로 개헌이 정치적 난맥상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논의가 구체화되면 정치적 과제뿐 아니라 차제에 국가 전체적인 행정 체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경제권·생활권에 맞는 행정체계 구분·통합이 명실상부한 메가시티로 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잘 뭉쳐야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