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버팀목’ 은행권도 내년 수익 하락 불가피

2024-12-09 13:00:25 게재

실물경기 부진 여파에 연체율 상승

순이자마진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타격 더 커져

“사면초가, 지방은행 생존문제 걱정”

내수 부진으로 실물 경기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은행권도 내년 수익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후폭풍으로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권도 내년에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5대 금융지주 회장 등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으며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 간담회를 가졌다. 금융권과 현장 소통을 강화해서 경제·금융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조이면서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이 4조원대로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순이자마진 축소로 내년 은행권 이자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부실채권 증가 등으로 대손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전체적으로 은행권 수익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한국금융연구원은 7일 발간한 보고서 ‘금융브리프 33권 24호’에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경제의 하부구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조차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거시경제 전체로 보면 성장률의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방경제의 어려움으로 지방에 자금을 공급하는 지방은행은 장기적 생존문제까지도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86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1년 10.1%에서 지난해 5.2%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은 경제의 상부구조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 경기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산업의 경영환경과 관련해서는 대내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 확대로 성장을 해온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직면해있고, 은행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본격화되면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은행에 대한 자본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에 추가적으로 보통주자본의 적립을 요구 또는 권고할 수 있는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이 예고돼 있다.

현재 은행(은행지주회사)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3.3%~17.7%(11.2%~13.6%) 범위에 있어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일부 은행(은행지주회사)은 추가적으로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또 주주에 대한 환원정책 등 밸류업과 관련한 사회적인 요구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연구원은 “은행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는커녕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에도 상당히 버거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게다가 과도한 수익추구에 대한 비판을 감내하면서 적정한 수익 확보를 통해 자본규제를 충족시키고, 또한 주주환원정책의 강화를 통한 사회적 요구에도 호응을 해야되는 미션을 부여받고 있어 한마디로 은행업의 사면초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은행의 당기순이익도 올해 3분기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원 줄었다. 이자이익은 14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00억원 감소했다. 상반기 대출 증가로 이자수익자산이 크게 늘었지만 예대금리차 축소로 순이자마진이 큰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순이자마진은 올해 1분기말 1.63%에서 2분기 1.60%, 3분기 1.52%로 계속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연체율 증가에 따른 부실 대출 확대로 대손비용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가 6일 발간한 ‘2025 경제·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기업 중 취약기업 비중은 2019년말 36.6%에서 2021년말 40.5%, 지난해말 42.3%로 증가했다. 취약기업은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으로 영업활동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을 의미한다.

연구소는 “고금리, 고물가 등 고비용구조가 다소 완화되고 기업실적도 개선됐으나 외부감사기업 중 취약기업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할 경우 향후 부실화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며 “미약한 수준의 경기 회복세를 감안시 한계기업 등 취약 차주들을 중심으로 잠재 부실이 일부 현실화되면서 대손비용 증가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2년 9월말 0.38%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해 올해 6월말 0.53%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신규발생 부실채권 규모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가계도 신규발생 부실채권 규모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을 2.1%로 다른 기관에 비해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만큼,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경우 성장률 전망은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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