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세계시장 점유율 20% '턱걸이'
3년전 31.7%에서 급락
중국 각형·LFP 배터리 강세
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0%초반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3.5%p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1년 1~10월 31.7%에서 3년 만에 20.2%까지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비야디(BYD)의 합산 점유율은 39.7%에서 53.6%로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시장점유율 6위인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6.6%에서 4.1%로 하락했다. 배터리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1% 역성장했다.
중국 기업은 자국의 강력한 지원책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내수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화재 등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완성차업체(OEM)의 관심이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각형 배터리로 쏠렸다.
배터리 폼팩터(형태) 중 하나인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에 셀을 넣어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70.9%에서 1~10월 78.3%로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삼성SDI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다. SK온도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양산 시기 등에 대해 다수의 OEM과 논의 중이다.
배터리 3사는 그간 주력해 온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30%가량 저렴해 캐즘 장기화로 보급형 전기차에 눈을 돌리는 OEM의 요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변화하는 업계 트렌드에 따라 중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다변화 전략으로 추격에 나섰다.
SEN리서치는 “가격 경쟁력과 높은 열안전성의 LFP가 NCM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급성장했다”며 “중국 OEM 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OEM이 LFP를 도입하면서 3사 역시 빠르게 LFP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LFP 시장 역시 중국 기업이 탄탄한 공급망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뒤늦은 진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 기업은 LFP에 망간을 추가해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LFMP(리튬인산망간철) 배터리를 개발하고, 저온 성능을 개선한 LFP 배터리를 선보이는 등 기술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가 품질, 안전성, 가격 경쟁력 등 측면에서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발전했고 종합적으로 한국 배터리가 역전당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며 “빠르게 기술을 확보해야 점유율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