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부결로 증시 급락·환율 급등…‘블랙먼데이’ 공포 확산
코스피 연저점…환율 1430원 찍어
연말 내수 악영향 … 수출도 차질
10년간 지켜온 국가신용등급 흔들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무산으로 블랙먼데이 공포가 현실화 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저점으로 추락하고 원달러환율은 급등하며 2년 1개월 만에 1430원선을 찍었다. 정치 불확실성 연장으로 연말 내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수출에도 차질을 빚으며 지난 10년간 지켜온 국가신용등급도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 2400선 붕괴…개인투매 = 9일 오전 9시 4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2385.36으로 전거래일 보다 42.80포인트(1.76%) 하락한 채 낙폭을 키우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639.49로 전일대비 3.3% 넘게 급락하며 나란히 연저점을 찍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3380억원 순매도 하며 투매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에서도 개인투자자는 704억원을 내던지고 있다. 지난 6일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7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던 개인들의 투매 양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지난 7일 국회에서 폐기된 데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원달러환율이 장초반 1430원을 찍었다.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426.0원에 거래를 시작한 직후 1430.0원을 찍은 뒤 오전 9시 50분 현재 1429.50원에서 등락 중이다.
◆원달러환율 1500원까지 급등 우려 = 증시 전문가들은 국제 신인도 하락과 더불어 탄핵 정국 장기화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악화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정성에 성장률 하락까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까지 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6일 주간 종가 기준으로 1419.2원으로 마감해 일주일 전보다 24.5원 올랐다.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국내 정치 불안이 달러-원 환율을 큰 폭으로 상승시켰다.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원화 추가 약세 기대 심리가 오히려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 지속으로 당분간 환율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정성에 성장률 하락까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까지 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마무리 돼야만 증시가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는 방어적 접근 환율 효과로 수출 둔화를 전부 상쇄하기는 어렵다”며 “소비심리는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어야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출이 괜찮다면 정치적 불안에 따른 주가 하락은 수출주를 중심으로 기회다. 그러나 수출여건이 만만치 않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출업체들의 실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회복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내수 여건은 국내 탄핵 논란이 잦아들기 전까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 신인도 하락 현실화 = 탄핵 정국 장기화 리스크로 국가 신인도 하락이 현실화 됐다. 국내 정치적 불안에 대한 주요 외신 및 글로벌투자은행(IB)들의 부정적 시각도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차이가 1조달러 가까이로 벌어졌다면서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면서 증시가 대만에 더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시도는 한국을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몰고갈 가능성을 높인다”며 “그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차이가 1조달러 가까이로 벌어졌다면서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면서 증시가 대만에 더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시도는 한국을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몰고갈 가능성을 높인다”며 “그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국 불안에 따른 국제 신인도 하락과 더불어 탄핵 정국 장기화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악화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당시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으로 수출경기는 반도체 수출 모멘텀 둔화, 중국 과잉 리스크 및 트럼프 관세 리스크 등으로 이미 둔화 국면에 진입해 있고 내수 경기 부진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정국 불안 장기화가 국내 소비심리 및 기업둘의 투자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내수 부진 현상이 더욱 심화 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악의 경우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1분가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기준 마이너스 성장세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이미 ‘외톨이 증시’ 현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은 물론 국내 투자자금에게도 외면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정국불안이 자칫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양털 깎기’를 유발시킬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뜩이나 미국 경제 예외주의 현상심화와 트럼프 2.0 리스크가 국제 자금의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키는 분위기에서 취약한 펀더멘탈을 가진 경제와 금융시장은‘양털 깎기’ 위험이 노출될 공산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지난 10여년 간 역대 최고 수준(Aa2 안정적·무디스 기준)을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2015년에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나 10년 만에 ‘12·3 내란사태’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해당 국가의 내란이나 정쟁에 대해 신용평가 시 엄격한 평가를 한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상향한 후 10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Aa2는 무디스 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등과 같은 등급이다. 국가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이다. S&P, 피치 역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S&P도 2016년 8월 총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인 AA를 부여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6일(현지시간)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위험)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이어 피치 역시 정치적 갈등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조명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해제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국채 금리가 뛰는 등 한국 경제 성장이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새벽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이 해제됐을 때만 해도 신용등급 하향 우려는 적었지만 지난 7일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이 불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무디스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중요한 법안을 효과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며 “신용에 부정적(Negative)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국가신용등급 강등 시 후폭풍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