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수사 주도권 놓고 검·경·공 갈등

2024-12-09 00:00:00 게재

국수본 “내란죄 수사는 경찰 관할”

검찰 “관련자 많은 경찰” 셀프수사 지적

공수처, 신속수사 위해 이첩 요청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 주도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9일 브리핑을 갖고 “비상계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인력 전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에서 진행 중인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앞서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오동운 처장 직속으로 TF를 구성해 법리검토를 진행한 결과 이 사건 관련 군 관계자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중복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수사의 신속성,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전날 이첩요구권을 행사했지만 검찰과 경찰은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이 차장은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의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며 “오는 13일을 회신 기간으로 정해 검찰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특히 이첩 요청의 배경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 6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직권남용과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면서도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 증복 청구’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고 한다.

다만 공수처의 이첩요청권에는 강제조항이 없어 검찰과 경찰이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과 경찰간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경찰은 내란죄 수사는 경찰 소관이라는 점을 들어 경찰이 수사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이라며 “검찰에서 직권남용죄를 통해 내란죄를 수사해 기소해도 법원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사의 독립성도 경찰이 내세우는 근거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과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어 검찰이 수사를 주도할 경우 ‘불공정 수사’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내란죄에 대해서도 검찰이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검찰청법에서는 직권남용을 포함해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선 당연히 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자가 많은 데가 군과 경찰”이라고 했다. 계엄군 요청에 따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제에 협조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만큼 ‘셀프 수사’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대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검찰과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통상 수사기관들이 수사주체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경우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등 상위기관에서 조율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정지 상태여서 당분간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하는 상설특검이 본격 가동된 후에야 특검을 중심으로 수사주체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본홍·장세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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