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코리아디스카운트 증명한 대통령
불법 비상계엄사태 직후 4거래일 동안 국내증시를 빠져나간 자금은 144조원 규모다. 코스피 시총도 다시 200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한달 사이에만 5% 이상 빠진 코스피지수의 하락세는 시작일 뿐이다. 이런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증명한 이는 바로 대통령과 여당이다.
한국의 계엄 이후 탄핵정국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은 아직 없다. 하지만 트럼프 1기 출범 당시에도 한국은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였다. 이게 반복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더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비상계엄에 글로벌 투자자금 ‘엑소더스’
미 증시 시가총액은 11월 말 기준 63조달러를 넘어섰다. 명목 GDP의 2.2배에다 글로벌 시총의 51%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의 시총 점유율이 50%를 넘긴 게 IT 거품기인 200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시총 100대 기업 중에 63개가 미국 기업일 정도다. 2010년 37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증가속도다.
유럽과 일본 증시보다 미국에 돈이 몰리는 것은 인공지능(AI) 첨단기업 때문이다. 물론 연준의 금리인하 폭과 차수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도 돈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규제완화와 기술발전을 내세운 트럼프 2기 경제정책도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트럼프정부의 고관세와 감세정책이 물가를 올리고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 금융시장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안전자산이나 대종상품 시세도 하락추세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 기준 금 가격은 10월 말 온스당 2800달러를 찍은 후 1.6% 정도 내렸다. 위험회피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올해와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3.2%로 지난해(3.3%)보다 낮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미 중앙은행의 금 비축도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다. 원자재 등 대종상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감소세다. 11월 말 기준 뉴욕 연준의 채권 환매 규모는 1867억5000만달러다. 9월 말 대비 40.1% 수준이다. 금리인하로 대출 여건이 개선되고 위험 선호도를 끌어올린 결과다. 이게 증시는 물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까지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 증시의 재무구조는 부실한 편이다. S&P500 수익률(TTM)은 11월 25일 기준 28.85배다. 연간 투자수익률로 환산하면 3.5%다. 1년짜리 미 국채수익률 4.3%보다도 낮다. 미 증시의 위험프리미엄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미 증시에 거품이 끼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주가를 끌어올릴 만큼 투자 기회와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높다.
달러지수가 강세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9월 말과 비교하면 달러지수 상승폭은 6.8% 정도다. 지정학적 리스크나 미래 불확실성도 미국의 통제 범위에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 수치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9월 3.81%에서 지난달 말 4.27%로 46bp나 올랐다. 같은 기간 12bp 오른 유로권 10년물 국채수익률과 큰 격차다. 동일 조건에서 20bp 오른 일본이나 39bp 상승한 영국과도 비교 불가다. 달러지수를 구성하는 국가의 국채수익률이 미국보다 뒤처진 게 달러지수를 끌어올린 외부 요인인 셈이다. 아무튼 미국 자산시장은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래와 현재가치 사이의 힘겨루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정국 장기화, 한국경제에 치명적
여기서 걱정되는 게 한국 증시다. 글로벌 자금이동은 특히 정세에 민감하다. 비상계엄으로 촉발한 탄핵정국이 장기화할수록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이다. 환율변동 폭도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 비상계엄 이전부터 달러 대비 초약세를 유지 중이다. 9월 이후 달러당 원화환율 상승 폭만 9%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보호무역과 중국경제 침체의 연관성이 높은 경제구조 탓이다. 앞으로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에 따라 원화 환율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은 11월 말 기준 4153억달러다. 잇단 시장개입으로 10월 말보다 3억달러 줄어든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4000억달러 붕괴도 시간문제다. 무디스 피치 등이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하는 이유다. 글로벌 자산시장 대 전환기는 내년 1월 20일까지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통상압박에 나설 게 분명하다. 기업과 국민이 힘을 모아야 무너지는 한국경제를 구할 수 있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