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 2기와 한국의 반도체산업
반도체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며 세계 시장에서 위상도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으므로 미국의 반도체산업 정책은 우리에게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침체한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반도체산업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에 한국 반도체 타격 불가피
2022년 8월 바이든정부는 반도체법을 발표했다. 이 법의 목적은 크게 두가지로 미국의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고 과학기술 연구에 대해 대규모 투자하는 것이다. 2021년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경험한 미국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4개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점검을 했고 반도체가 미국이 아닌 아시아 지역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미국 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국내외 기업 차별없이 미국 내에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며 보조금 지급을 신청했고 적지 않은 금액의 보조금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대선에서 집권당이 바뀌면서 미국의 반도체법의 집행 여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부터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산업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해왔다. 선거공약으로는 해외로 이전한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만큼 반도체 제조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이전 정권과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지금까지 행적을 되짚어 보면 미국 기업을 우선시하고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차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현재 바이든정권에서는 외국기업에도 보조금(당근)을 주면서 미국 내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을 유도했으나 트럼프 2기 정권에서는 관세부과(채찍)를 통해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을 강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현재 반도체법에서 정한 보조금 지급 조항 등을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없애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보조금 철폐를 예고한 만큼 반도체법 또한 그 미래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 중에는 반도체법이 트럼프 1기에 상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공통된 의견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발달로 인해 첨단 제조장비 가격이 비싸져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 건설을 결정하는데 보조금 지급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조금 지급 등이 불안정하게 된다면 대미 투자에 대한 전략도 새로이 수정해야 할 것이다.
대미 반도체산업 투자에 대한 전략 수정 필요
우선 우리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 기업이 왜 미국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해야 하는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국내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미국 투자는 전략 수정 등으로 지연되더라도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된다면 미국 공장 건설 여부가 우리 반도체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 정부는 트럼프 2기 정부의 반도체산업 정책으로 인해 우리 기업에 어떠한 형태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